[기고]학교 내 학교폭력 전담기구 위원도 전문화 돼야 한다
[기고]학교 내 학교폭력 전담기구 위원도 전문화 돼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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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변호사·법학박사
이동환 변호사, 법학박사


필자는 3년째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시작은 “학폭사건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형편의 학생이나 학부모도 공정한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학폭기록을 꼼꼼히 살펴봐야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학폭심의일정이 있으면 다른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학폭심의 일정에 우선 참가하고 있고 심의 시작 1시간 전부터 학폭기록을 구석구석 살핀 후 심의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심의위원을 선발하기 위해 학폭관련 규정 및 절차에 대한 심층면접이 실시되고 있다. 이는 학폭심의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서 그 취지에 필자도 동의한다. 사안이 학교폭력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가해추정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때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의 정도, 화해의 정도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등 전문지식이 없으면 공정한 조치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기고하자 하는 주제는 ‘각 학교 학교폭력 전담기구 위원도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학교폭력 전담기구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3항에 근거해 구성되는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학교 내 전담기구를 말한다. 이 기구는 교육청 학폭심의절차로 가기 전에 학교장 자체해결이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 전담기구가 해당 학폭사안을 학교장 자체해결사안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의 ‘1.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2. 재산상 피해가 없는 경우 또는 재산상 피해가 즉각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는 경우, 3.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4.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가 아닌 경우」의 요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위와 같은 판단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의 개념, 지속성 판단기준, 학교폭력신고 등에 대한 보복행위인지 여부에 대한 지식과 위 요건들의 충족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실관계 파악능력, 증거관계 선별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거나 학교폭력에 대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학교장자체해결 또는 교육청 심의요청 결정을 하는 웃픈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도 위와 같은 사례를 심의 도중 보고 있다.

그렇다면 왜 현행 전담기구위원 선출에는 교육청 학폭심의위원과 같은 전문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학폭예방법 시행령 제16조 제1항이 ‘전담기구의 구성원이 되는 학부모는 초ㆍ중등교육법 제31조에 따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학교의 장이 위촉한다’라고만 되어 있지 그 자격요건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무에서는 학부모들의 신청도 받지 않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들이 즉석에서 자신들이 자신들을 추천해 전담기구 위원이 되고 있다. 설령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학폭전담기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자도 전담기구 위원으로 선출되어 별도의 연수도 없이 의결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폭예방법 제21조에 따라 비밀누설금지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규정조차도 모른 채 업무를 하는 전담기구 학부모 위원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허술한 전담기구 구성은 어떤 피해를 가져올까.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걸러지지 않은 채 교육청 학폭심의절차가 개시되어 가해추정학생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학교장 자체 해결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학폭심의 절차가 개시될 수 있다. 특히 올해 처음 시행되는 학폭조사관제도에서 학폭조사관이 작성한 사안보고서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필자는 교육부와 각 교육청에 다음과 같은 사항의 개선을 요청한다. 첫째, 전담기구 학부모 위원의 공정한 선발을 위해 신청절차를 거치도록 각 학교에 지침을 시달해주길 바란다. 둘째,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전담기구 위원을 추천결의를 할 때 전담기구의 역할, 기능, 학교폭력의 기본 개념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도해주길 바란다. 셋째, 전담기구 위원으로 선발된 이후 비밀누설금지의무, 전담기구 심의절차에 대한 연수를 꼭 실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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