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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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7.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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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한국시인협회 올해 사화집 ‘境界’에 발표한 경남의 10인(5)
오늘은 마지막으로 세 분 시인을 소개한다. 함안 출신 이수익, 함양 출신 허영자, 부산(삼천포) 출신 유자효가 그들이다.

이수익(1942- ) 시인은 작년에 시와 편견에서 주는 제1회 시와편견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으로 지난 11월 22일 함안 가야읍에서 진행된 ‘경남문협 찾아가는 문학기행’에서 함안 출신 문덕수, 이수익 두 분의 작품이 세미나 대상이 된 바가 있다.

이수익의 사화집 작품은 「사랑의 방식」이다. “우리 사이에는/ 차마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구역이/ 있다/ 문서로 확인이 불가능한, 문서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타오르는 화염이/ 오늘도 나를/흔든다, 너를 흔든다 그리고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모두를 흔든다//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위험한 사랑의 불꽃을 던져 주었던가?/ 아니면 네가 나에게/ 아슬아슬한 모험의 위기를 넘겨준 일이 있었던가?// 아마 그럴 수 있겠다”(「사랑의 방식」 전반부)

그러나 사랑은 기품 있게 경계를 지키면서 순수한 기쁨을 서로에게 한껏 들려 주었다는 것이니, 경계가 탄력 있는 경계의 자리를 지키며 경계 너머를 정서적으로 학충하는 어떤 중용의 경지를 이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붙들고 견인하는 줄당기기 게임이 아닌가 싶다.

허영자(1938- )는 1962년 박목월 추천으로 ‘현대문학’에서 등단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제20대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제9회 숙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화집에 실린 시는 「금 긋는 사람에게」이다.

“금 긋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늘에/ 바다에/ 땅 위에/ 마구 금을 긋고 있다.// 금을 지키기 위해 /줄 세운 카키색 병정들/ 번뜩이는 총칼/ 핵폭탄의 위협/ 저 위험한 장난// 금 긋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양과 검정 사이/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 너와 나 사이/ 마구/ 금을 긋고 있다. (중략) /금을 긋는 사람들아 / 세상에는 분명히/ 그어야 하는 금도 있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그어서는 안되는 금/ 지워야 하는 금이 있지 않켄?”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긋지 말아야 하는 금과 그어야 하는 금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류들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의 시라서 그런지 경계의 개념이 단순 금 긋기요 금 지우기로 양분된다. 그가 태어난 곳은 함양군 휴천면 목현리 휴천초등학교 교사 사택이었다. 아버지가 이 초등학교 교사로 있을 때 태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이 초등학교는 비어 있다. 이 초등학교 건물을 조금 손보고 <허영자문학관>으로 했으면 싶다. 함양에는 아직 문학관 건립 의식이 생겨나지 않은 듯하다.허영자 시인은 우리나라 최고 여류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다. 군청이나 문화원이나 예총 등에서 솔선 주선해 주기를 기대한다.

세 번째 시인은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있다. 국제펜 부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SBS 보도국장으로 퇴직한 언론인이다. 유자효 회장은 이 사화집 최종 교정을 회장으로서 직접 보다가 필자에게 전화로 경상도 방언에 대해 확인하는 문의를 해왔다. 부지런한 회장이다. 이때 필자는 가족들을 이끌고 통영 국립수산해양연구소 마당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통영, 또는 수산연구소를 생각하면 유 회장 얼굴이 떠오른다.

유 회장은 아버지 고향이 삼천포이고 일가들도 이 삼천포에 그대로 있다고 하는데 단지 태어나기만 부산땅에서 한, 출생지 우선원칙에 의해 부산사람일 뿐이다.

그가 발표한 시는 「境界」이다.

“시인과 기자의 경계/ 시인이 되려 하면/ 기자의 객관성이 사라지고/ 기자가 되려하면/ 시인의 감성이 무뎌졌다/ 그 경계에서 40여년/ 늙어 가까스로 찾은 화해는/ 기자 시인의 아슬아슬한 그 억시 경계// 자유시와 정형시의 경계/ 자유시를 쓰려 하면/ 긴장이 풀어져 산문성이/ 듸게 되고/ 정형시를 쓰려하면/ 형식에 매여 치열함이 옅어졌다/ 그 경계에서 방황한 50여년/ 늙어 가까스로 찾은 화해는/ 내용과 형식의 아슬아슬한 그 역시 경계 -「境界」에서

그는 경계인으로 고단한 생애를 살았다. “나의 시는 나의 개성/ 오 경계의 시”

유 회장은 ‘경계’라는 사화집 주제를 직접 챙겼을 것이기 때문에 이 시 ‘경계’를 살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사화집 읽기가 될 것이다. 경계 상식이나 발상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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