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급유시설 육상화 시급 [상]천재지변 해상사고 위험
해상급유시설 육상화 시급 [상]천재지변 해상사고 위험
  • 문병기
  • 승인 2023.05.1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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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용 면세유류 공급 위한 유류저장부선
삼천포수협 운영 2기 해상에 설치돼 ‘불안’
해상 유류저장부선 이용은 전국서 3곳 뿐
파손시 기름 유출 따른 해양오염 상상초월

해상급유시설 해양오염사고 시한폭탄 될라
 

어업용 면세유류 공급을 위해 설치된 해상급유시설이 해양오염사고의 시한폭탄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갈수록 강력하고 잦아지는 태풍은 물론 천재지변이나 선박사고의 빈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에 떠 있는 급유시설이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상급유시설이 파손될 경우 저장돼 있는 엄청난 양의 기름 유출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해양오염은 물론 어업인 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천포수협이 운영하는 해상급유시설인 유류저장부선 2기도 육상이 아닌 해상에 설치돼 있다. 오가는 선박들에 대한 편의제공 차원이라 하지만 해양오염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만약 사고 발생 시 해양오염은 물론 그에 따른 피해보상, 복구비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천포수협이 운영 중인 이 시설을 더 이상 해상에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이라도 사천시나 경남도가 적극 나서 해상급유시설의 육상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삼천포수협이 운영중인 해상급유시설인 유류저장부선의 모습.
면세유 해상급유시설, 육상화 해야

수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업용 면세유류 공급 사업은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어업과 관련한 선박이나 특정 시설용 유류에 대해 부가가치세나 교통세 등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사업이다.

수협은 과거에는 어업인들과 어선의 편의를 위해 어업용 면세유류를 해상공급시설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통해 육상시설로 이전한 곳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해상 유류저장부선을 사용하는 곳은 부산의 대형선망수협과 통영수협, 삼천포수협 3곳만이 운영 중이나 현재 통영수협의 경우 육상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부산의 대형선망수협이 육상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인구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는 데다 어선 접안시설의 입지와 여러 기관의 해양시설, 유동선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장용량이 1만 드럼 규모로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설 적당한 부지 확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삼천포수협은 사정이 다르다. 인구과밀이 낮고 선박유동이 복잡한 해역이 아니며 시설규모도 작기 때문에 면세유류공급시설의 육상 이전 입지 조건이 충족된다. 수협과 행정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가능하다는 게 수협 측의 주장이다.

해상 유류 유출 발생시 피해 ‘눈덩이’

대형선박들의 해상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고시 다량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발생되는 해양오염피해는 헤아릴 수 없으며, 비용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해양 선박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대표적인 사건이 ‘씨프린스호’와 ‘허베이 스피릿호’ 사고이다.

1995년 7월 23일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고는 당시 국내 사상 최대의 해양오염피해를 유발했다. 사고 당시 씨프린스호는 태풍과 파도에 밀려 전남 여수 작도해역에서 1차 좌초되고 여천군 소리도에서 2차 좌초되면서 5035t의 기름이 유출돼 204㎞의 해상과 74㎞의 해안을 오염시켰다. 이로 인해 3826ha의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해 어민 피해 736억원, 방제비용 224억원, 등 총 1000여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또한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약10㎞ 해상에서 크레인 부선과 충돌한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는 싣고 있던 원유 1만 2547t이 유출돼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사고로 기록됐다.

이 사고로 충남 태안반도 해안선 70㎞ 및 충남, 전남·북 101개 도서가 오염됐다. 충남의 경우 11개 읍면 473개소 5159㏊의 어장이, 전남은 7905㏊의 김양식장과 1만 4356㏊의 마을어장이, 전북은 1830㏊의 양식어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규모이다.

 
1995년 7월 23일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고는 당시 국내 사상 최대의 해양오염피해를 유발했다.

어업인 인식 변화, 육상 이전 요구

두 선박의 해상 유류 유출 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막대한 사회적비용을 지불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반대급부도 있었다. 해양오염사고에 대해 둔감했던 정부는 제도개선 등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대규모 해양오염사고에 대비한 법·정책 및 제도 정비와 조직 및 인력정비, 시스템 및 방제장비 확충에 나서는 등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특히 해양오염피해 발생 시 천문학적인 배상책임 및 복구비용이 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해상시설의 육상시설로 이전을 추진 중에 있으며, 수협이 운영 중인 해상급유시설의 육상 이전도 이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해상급유시설은 과거 환경관련제도가 미비하고 환경보전 및 보호에 대한 시민의식이 미성숙했을 때 어업인 들의 편의도모를 위해 설치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는 노후 시설이다. 그러다보니 혹시 모를 사고시 기름유출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간과한 채 운영했다. 설사 위험성을 알았더라도 육상이전에 따른 막대한 재원 마련과 부지 선정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해상유류공급시설의 육상화는 애써 외면해 온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민의식 변화와 해양오염유출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급격히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물질인 ‘유류’를 육지가 아닌 바다에 떠 있는 부선에서 취급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해상급유시설인 유류저장부선은 기상이변 등 자연재해 발생이 늘어날수록 사고 위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직접 유류를 수급하는 어업인 스스로도 유류공급시설을 해상이 아닌 육상급유시설로 이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정도로 상황은 바뀌고 있다.

해상사고의 위험도가 높은 태풍 등 자연재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수면에 그대로 노출된 유류저장부선은 재해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어 안전관리 및 시설유지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운영기관인 수협이나 감독기관인 해양경찰 및 항만관리사업소 등도 조그만 기상이변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류저장부선에서 사고 발생 시 사상자에 대한 긴급이송이나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차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험시설 일수록 사고에 대비한 접근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그래야 재난상황의 신속한 초동대처와 효과적인 피해확산 방지 등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해상유류저장부선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해상급유시설의 육상 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란 말들이 나오고 있으며, 사고위험을 줄여 해양오염방지와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전해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책무가 있다. 사고위험은 줄이면서 안전하게 면세유류를 공급할 수 있는 해상급유시설의 육상화는 어업인과 수협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먼저 행정 기관이 깨달아야 한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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