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왜 이래…얼어붙은 봄 농심
날씨 왜 이래…얼어붙은 봄 농심
  • 정희성
  • 승인 2023.05.0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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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로 배·키위·감 낙과 속출
수확기 마늘·양파 물에 잠겨
농민, 보험 보상률 인상 요구
갑작스럽게 찾아온 강추위와 집중호우 등으로 진주를 비롯해 합천, 창녕 등에서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주지역 냉해 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경남지역의 기온은 예년에 비해 3~4도 정도 높은 19~26도 안팎을 기록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농작물들의 개화가 앞당겨졌는데 3월 말부터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많은 농작물에서 냉해가 발생했다. 특히 진주와 하동 등 일부지역 배 농가는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냉해와 이에 따른 낙과로 피해가 커지자 농민들은 9일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관계기관에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다.

진주시 문산읍 대호마을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맹구씨는 “평생 배농사를 짓고 있고, 제 아들도 대를 이어 배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큰 냉해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다”며 “과수원 전체를 둘러봐도 제대로 된 열매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 모인 다른 농민들의 사정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농민들이 가장 먼저 당하는 것 같다. 농민들의 노력으로 막아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2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냉해 피해가 이처럼 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수정이 안 된다. 수정이 된 복숭아도 크기가 메주콩만 하다가 그 마저도 떨어졌다”며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년 태풍을 비롯해 이상기온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 하지만 피해를 볼 때마다 재해보험의 경우 할증이 붙는다. 우리가 피해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냐”고 항변하며 현 농작물 재해보험의 개선을 촉구했다. 수출 농가들도 “수출을 해야 하는데 수출 할 농작물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책위원회는 “최근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자두, 매실, 감, 배, 키위, 감자, 노지고추 등 전 작물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그 중 과수농가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장기간 계속된 저온현상으로 수정됐던 열매도 낙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농작물재해보험 특약에 가입된 농가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특약 가입여부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3배 정도가 나기 때문”이라며 “반복적으로 이런 피해가 계속된다면 과수농가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등에 △정확한 피해 조사를 통한 재해복구비 지원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률 상향(50→80%) △남강, 진양호 등 수변구역과 냉해 발생의 인과 관계 조사 등을 요구했다. 진주시는 현재 냉해로 인한 정확한 농작물 피해 면적을 조사 중이다.

냉해뿐만 아니라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농작물 침수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경남농업기술원이 파악한 집중호우 원예작물 피해 규모는 100.3㏊, 마늘 69.3㏊ 양파 20.8㏊ 수박 2.7㏊ 기타 7.5㏊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합천과 창녕에서 수확기를 앞둔 마늘 양파의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농업기술원은 수확기에 접어든 마늘·양파 주산지에 대한 현장 기술지원단 운영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농업기술원 노치원 기술보급과장은 “수확기 관리가 품질 및 수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침수 후 관리, 후기 노균병, 총채벌레 방제와 습해 예방에 주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정희성기자

 
진주지역 냉해 피해 대책위원회가 9일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농작물 냉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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