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가 이렇게 크게 접힐 줄 몰랐다
다 채우지 못할 것 같았는데
그 생각까지 다 담았다
막상 넣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붉은 갈대숲 그물이 쳐진 호수 붕어를 잡는 순간 서성이고 어색한 표정 늘 짝다리 짚는 너의 모습
테이프로 붙여도 터질 때가 많아요
괜찮아요, 깨지는 건 없어요
상자를 접는다
더 넣는다고 무너질 일 없겠지
몸보다 큰 생각을 몸도 버티고 있으니까
다 채우지 못할 것 같았는데
그 생각까지 다 담았다
막상 넣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붉은 갈대숲 그물이 쳐진 호수 붕어를 잡는 순간 서성이고 어색한 표정 늘 짝다리 짚는 너의 모습
테이프로 붙여도 터질 때가 많아요
괜찮아요, 깨지는 건 없어요
상자를 접는다
더 넣는다고 무너질 일 없겠지
몸보다 큰 생각을 몸도 버티고 있으니까
시는 애매성과 모호성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자꾸 생각에 빠지게 하고 그 과정의 장치들이 묘할수록 독자의 생각과 시선을 끌게 한다.
옛시조나 서정시에 익숙한 분들에게 현대 시는 좀 어렵다.
난해하기도 하고 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릴 때도 많다.
난수표나 암호문 같은 문자를 나열해 놓고 읽으라고 들이대니 명색이 시인인 나도 난처할 때도 많다.
그러나 접근을 조금만 쉽게 하면 별것도 아닐 수 있다.
그 이미지만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의 감상에는 정답이 없다.
읽는 이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고 남의 감정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일 뿐이다.
이 시는 상자를 접다가 계산이 틀려서 부피를 감당하지 못한 탓을 다른 일상과 접목했다.
큰 이상이 벅차서 힘들게 감당하는 자기를 시적으로 표현했다.
또는 관심 있는 이와의 관계도 대비하여 살짝 담았다.
여백을 다 채우지 않고 독자의 사유의 공간을 크게 마련한 시적 기법이 재치가 있고 재미있다.
어차피 다 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살이 아닌가.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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