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지지율 내린 대통령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
[경일시론] 지지율 내린 대통령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2.07.26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줄곧 세간의 관심사다. 취임 한 달쯤 지난 6월 7~9일 53%에 달했던 지지율이었다(갤럽). 이를 피크로 다음부턴 몇 주 내리 뚝뚝 떨어져 지난주 금요일엔 30%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이같은 지지율 하락세는 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인 추세인 건 분명하다. 더욱이 20%대로 떨어질 거라는 예상도 있다. 본인은 크게 신경 안 쓴다고 했지만 앞으로 5년 동안 나랏일을 맡겨둔 국민 입장에서는 염려스럽다. 저래서야 무슨 일을 해내겠냐는 불안인 거다.

국민 지지율이 최소 얼마쯤 되어야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대략 40%가 국정동력을 지탱하는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그 이하로는 정부가 일을 해나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통령 부정평가가 60%를 넘으면 국정에 대한 국민의 반대는 이미 고려해야 될 의견이거나 견제 단계가 아니다. 전진이 불가능한 국정 장해의 벽이다. 윤 대통령은 발을 뗀 지 두 달 남짓한 지금 그런 절벽 앞에 선 셈이다. 대통령이 나랏일을 잘 해주기 바라는 국민이라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더러는 만사 제쳐놓고 경제난 극복에 전력투구하라고 한다.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무서운 거다. 지금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한 일이 뭣이겠느냐는 반문은 간곡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선 구호였던 공정과 상식의 조속한 회복을 들고 있다. 전 정권 때 국민들이 느꼈던 불공정·비상식의 행태와 그 잘못된 처사들을 서둘러 바루라는 목소리는 준엄하다. 정치판에 갓 뛰어든 비정치인을 일약 대통령으로 뽑은 표심의 발원지를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욕구 또한 절절하다.

대통령이 역점을 뒀으면 하는 분야는 이 말고도 많다. 개혁도 화급한 과제요, 안보 체제의 정비도 가볍지 않다. 연금 노동 교육 분야 개혁은 지금 시기를 놓치면 국가 운명이 어찌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절박한 경고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일·북·중·러 나라들과의 관계 궤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결코 느긋한 문제일 수 없다. 그 많은 공약인들 마냥 미뤄둘 수 있겠나. 게다가 국회의석은 반대파가 훨씬 많다. 그야말로 막막하리라. 태산 같은 할일을 앞에 두고 대통령이 받는 국민 지지가 딱한 수준이다.

하지만 희망의 빛이 비치는 듯도 하다. 잇달아 5~6주를 내리닫던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엔 지지난주와 똑같은 32%에서 멈췄다. 이를 두고 ‘이쯤에서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야 모를 일이지만 지난주 풀린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사태에 주목한다. 노사가 파국직전 협상을 타결했다는 데서 대통령의 리더십 같은 걸 언뜻 느끼기 때문이다.

51일간 평행선을 긋던 사태가 대통령의 관련 언급 이틀 뒤 타결되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장관들이 현장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실마리가 풀렸다지 않은가. 이 점에서 리더십과 연결지을 바가 있어 보인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등락하는 여론조사 지지율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한 국회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해 “프로답지 않아서 대통령이 되었고, 프로답지 못해서 지지율이 낮다”고 했다. 모든 일에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상적인 대통령상인지는 몰라도 가능하진 않다. 국민들도 거기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한 분야만이라도 똑 부러지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명창이 모든 판소리를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만고 명창 임방울은 춘향가 중 자기만의 더늠인 ‘쑥대머리’ 한 대목으로 불후의 명성을 얻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지만 한 가지 일에 ‘몰빵’하여 성과를 낸다면 성공한 지도자 소릴 들을 거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그 한 가지’의 선택은 자신의 몫이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