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과 술병이
반짝이는 별들이어서
어떤 밤에는
기어코 별빛을 들이키는 술꾼이 되고야 만다
-나해철 시인의 ‘술꾼’
시인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웅동체 같은 것이다. 지금이야 시인과 술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가 되었지만 1990년대만 해도 시인은 술을 잘 마시거나, 잘 마셔야 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어느 원로 시인은 “요즘 젊은 시인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 그러니 무슨 시가 되겠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시인의 탄생 설화에도 술은 빠지지 않는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아사 신족의 최고신이자 신들의 아버지 신인 오딘이 인간에게 특별히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거인의 꿀을 훔쳐 온 항아리에 자신의 침을 섞어 한 방울씩 인간 세계를 향해 떨어트렸다. 한 방울이라도 받아 마신 이는 시인이 되었다는 시의 탄생 설화이다.
그러니, 시인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만 별이라 하겠는가. 더욱이 시인이 술을 마시는 행위는 신화에 최대한 가까워지는 제의적 시간이랄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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