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 있는지
살아있기는 한지
창문을 열어 재끼고 욕도 잘 하던 그 가시내
-박두규 시인의 ‘유년의 골목’
유년을 잊고 사는 사람은 마음이 가난하거나 슬프다. 어린 나를 둘러싼 환경, 그곳은 어떤 훼손도 없으며 순수함만 존재한다. 마치 풀밭을 마구잡이로 휘젓고 다니는 어린아이의 무모한 놀이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과 같다. 집과 부모, 이웃 또는 친구와 엮어낸 사건에는 웃음과 울음이 섞였겠으나 어렴풋한 추억만 남는다. 이슬에 체인 발목이 흠뻑 젖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처럼 공간의 문화를 둘러싼 해석에 미숙하므로 어린 나는 상처를 덜 받는다. 그곳을 추억하지 않거나 잊고 있다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 아니겠는가.
골목은 유년의 시간이다. 장년의 내가 걷고 있는 유년의 시간. 무모함이 그득한 유년의 골목에서 지금의 허기를 채운다. 가을이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인 · 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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