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
  • 경남일보
  • 승인 2021.08.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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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orbusier


르 꼬르뷔지에의 본명은 샤를르-에두아르 쟈느레-그리(Charles-Edouard Jeanneret-Gris)로 1887년, 스위스 라 쇼드퐁(La Chaux-de-Fonds)에서 태어났으나 1903년에 프랑스로 귀화한 프랑스의 건축가이다. 그는 건축가이기도 하지만 도시 계획가, 실내장식전문가, 화가, 조각가, 가구 디자이너, 저술가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에 라 쇼드퐁의 미술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미술학교에서 그의 스승은 화가가 되려는 그에게 건축을 하라고 권했다. 그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시계 장인이 되려고 하였으나, 스승의 권유대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1907년경 그는 파리로 가서 프랑스의 철근 콘크리트의 선구자인 오귀스뜨 페레로부터 최신 재료와 기술을 배우고, 1910년과 1911년에 걸쳐서 베를린 근교에 있는 건축가 페터 베렌스의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발터 그로피우스를 만나게 된다.

그랬던 그는 1911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여행길에 나서게 되는데, 베를린에서 출발해 프라하, 빈, 부다페스트, 이스탄불, 아테네, 폼페이 등지를 방문하면서 위대한 고대 건축물들을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소피아 대성당과 모스크에서는 단순한 기하학이 가진 강렬한 힘을 경험했고, 발칸 반도의 민중예술과 토속건축의 자연스러움에 감탄했다. 자신이 본 많은 것들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가 1923년에 출간한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 많은 스케치들이 삽입되어 있다.

여행길에서 돌아온 르 꼬르뷔지에는 스위스에 지내면서 현대적 기술을 사용한 이론적인 건축 연구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한 연구결과물로, 향후 100년간의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구조를 발표하게 된다. 돔-이노(‘Dom-Inno’)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아이디어는 최소한의 숫자의 얇은 철근 콘크리트 기둥들이 모서리에서 지지하는 단순한 구조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구조는 유럽의 건축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르 꼬르뷔지에는 이 구조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원칙’으로 요약되는 르 꼬르뷔지에 건축이론(Les theories de Le Corbusier)을 제창했으며, 이는 건축가마다 공법과 미의 기준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달라 통일되지 못하였던 과거의 건축을 선진화되고 정형화된 건축으로 옮겨놓는데 핵심적이고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철근 콘크리트 기둥인 필로티(pilotis)로 무게를 지탱하고 건축 구조의 대부분을 땅에서 들어 올려 지표면(1층)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만든다.(les pilotis) △건물이 서기 전에 있던 녹지를 대체하기 위해 옥상 위에 ‘옥상 정원’을 만든다.(le toit-terrasse) △지지벽이 필요 없이 바닥 공간이 방들로 자유롭게 배열된 ‘열린 평면’을 만든다.(le plan libre) △훨씬 채광효과가 좋은 길고 낮은 ‘띠 유리창’을 사용한다.(la fenetre-bandeau) △건축가가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구조 기능을 갖지 않는 벽체로 ‘자유로운 입면’(facade)을 만든다.(la facade libre)

당시 유럽의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이었는데, 그가 제시한 해법은 이른바 ‘르 꼬르뷔지에 빠리 계획안’으로, 현대적인 재개발의 시초라 볼 수 있을 만큼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빠른 전후 복구 및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충당하는데 안성맞춤이었기에 대도시 외곽지역과 신도시 지역에 아파트를 대량 건축하는 식으로 실현되었다. 오늘날 적잖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긴 하지만,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중남미권 개발도상국들도 그의 제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르 꼬르뷔지에의 작품과 사상은 포스트 모더니즘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전후 건축가 세대들에게 특별하게 영향을 미쳤고 광범하게 파급되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건축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7개(10개는 프랑스, 나머지 7개는 다른 3개 대륙) 소재지에 건립되어 있는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 작품들이 2016년 7월 17일자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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