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써 놓고 간 꽃무늬 글자들.
물살 흔들릴 때마다
불멸의 문장처럼 반짝거린다.
글자 하나하나가
네 낯처럼 눈부시다.
-박완호
시대의 트렌드를 초월한 불멸의 연서로 인간의 그리움에 대한 생리를 직시하는 디카시다. 상대방에게 진심이 전달되는 매개체로서 꽃잎만큼 임팩트 넘치는 편지가 또 있을까. 가슴 속에 가둔 말들이 기억을 흔들어 한 편의 아련한 서사를 표출하는 순간이며 독자로 하여금 둘만이 알고 있던 연애담을 꺼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써 놓고 떠난 그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이별일까 아니면 짝사랑이었을까를 가늠해 보는데, 그땐 그랬다. 서로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지만 먼저 가슴을 열어 보일 용기가 없었다. 나란히 벤치에 앉아 밤하늘의 별만 헤아리다 돌아오던 길 위에서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 불러 주었다면. 길을 걸으며 스쳤던 손을 슬며시 잡아만 주었더라면. 지는 봄이 온통 눈부시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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