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2월 16일. 오세아니아 18개국을 탐험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때는 코로나19가 이슈가 되기 전이라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는 이도 없었고, 지금처럼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곳도 없었다. 현재 약 100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번에 다녀온 곳이 대부분 속해 있다. 그 곳의 의료체계와 사회적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불안이 이해된다. 베이스캠프격인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들렸다. 비행기 환승시간이 충분하여 시내구경에 나섰다. 환승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여행가에게는 어쩌면 최고의 선물 같은 시간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철도, 버스, 택시.
퇴근시간이 아니라 교통체증이 심할 것 같지 않아 요금이 가장 저렴한 버스를 타고 KL센트럴로 출발했다. 현지인과 어깨 부딪히며 짧은 영어와 풍부한 바디 랭귀지로 소통하는 이동시간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여정이 정해지고 때로는 가이드를 만나기도 하며 스며드는 인연이 된다. 팜 트리가 끝없이 펼쳐지고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몇 번의 요금소를 지나쳐서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타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어로 흙탕물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클랑 강과 곰박 강이 합쳐지는 곳에 있고 이런 지리적 이점으로 중심지가 됐다. 말레이시아는 한반도 면적의 약 1.5배로 인구는 약 3200만명이다. 코타키나발루는 우리에게 유명한 휴양지이고 최근에는 아이들의 교육 등의 이유로 이민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인종분포를 보인다. 말레이인과 중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소수의 원주민들과 남아시아계가 있다. 공용어는 말레이어이고 중국어와 영어를 혼용하여 사용한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의 지배를 받아 지금도 유럽풍의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곳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쇼핑 천국인 부킷빈탕이다. 백화점, 쇼핑몰, 로드 숍 등 다양하다. 이 곳 사람들은 덥고 습한 기후 탓에 낮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실내몰이 발달해 있다. 많은 브랜드와 식당들 다양한 볼거리로 쇼핑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있을 수도 있겠다. 여행자에게 특별한 할인 혜택이 있는 곳도 있으니 확인해 보자. 스카이워크를 통해 걸어가면 이곳의 랜드 마크인 페트로나스 타워까지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페트로나스 타워는 일본과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각각 한 동씩 건설했는데 시작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업체가 더 빨리 완공한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해가 지면 분수 쇼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 곳 역시 수리아몰이 있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해가 지면 반딧불투어는 꼭 해 보길 권한다. 세계 3대 반딧불 서식지를 뱃사공이 노를 저어 반딧불이 앉아 있는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영롱한 불빛을 경험하게 한다. 칠흙 같은 어둠과 강물의 흐름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숙련된 사공의 인도로 요정의 나라에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손에 하나 둘 올려놓고 보면 맑게 빛나는 작은 불빛들에 취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쿠알라룸푸르가 왜 ‘동남아시아의 뉴욕’이라는 별명이 붙은지 알게 됐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동남아시아라고 하면 당연히 유명휴양지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도시감성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멋진 곳이 쿠알라룸푸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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