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병뚜껑의 자세(신재희)
[주강홍의 경일시단] 병뚜껑의 자세(신재희)
  • 경남일보
  • 승인 2019.09.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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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의 자세

/신재희


입을 막고 있는 자잘한 침묵들

 
 

스물한 개의 톱니는 병뚜껑을 물고 있어요

앙다문 힘을 단숨에 허무는 건 병따개에요

일회용 삶들

출구가 개방되면 쓸모가 없어져요



병따개는 소란을 좋아하고 병뚜껑은 침묵을 좋아하죠



터트리려는 것과 지키려는 것

두 개의 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요



내용물을 지키는 게 병따개의 자세에요



때론 능숙한 숟가락이 침묵을 따면

덧니처럼 튀어나와 틀어지기도 하죠



잔이 기울어지고 말이 흘러내리는 저 사내

얼마나 많은 밤을 길바닥에 쏟았기에

저토록 비틀거리고 있을까요



발음이 새는 밤은

병따개가 수차례 다녀간 흔적이지요



한 몸이었던 것들은 언젠가 분리되지요



마지막 자세는 입을 다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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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하게 위해 앙다문 것들을 수작을 걸어 열기 위해서는 소란스런 시간이 필요 했겠다.

견디는 것이 항복점에 도달하여 저항을 포기할 때 비로소 서로의 역할 분담을 이해했겠다. 그리고 휘청거렸던 밤, 넘치는 달빛, 팽팽한 긴장의 뒤에 속엣 것을 다 뒤집어 보였겠다. 어툰 숨결과 거품으로 시작하여 거품으로 마친 내밀한 사연, 언제나 입을 다무는 일은 신화 속에나 남아야하기 때문이다. 기억 속의 그녀처럼, 행간에 숨겨 놓은 은유에 취해 은유한 평설을 후렴으로 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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