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꽃도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꽃도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3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날 이스라엘 주변에는 여러 나라가 있었다.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제국, 알렉산더 대왕의 헬라 제국, 로마 제국 등이다. 이들 먼 나라들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속에서 배우는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역사에 기록된 절세가인(絶世佳人)의 흥미진진한 생애는 후대에도 다양한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줘 영화와 소설로 재창작되기도 하였다. 꽃같이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왕 ‘클레오파트라 7세’도 절세가인 중의 한명이었다.

프랑스의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를 두고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미인으로 불릴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로마 장군들이 서로 싸우지 않아 지금과는 다른 역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클레오파트라는 당대의 영웅들과 결혼하여 막강한 권력과 부를 누리며 이집트의 자치권을 지켜낸 여왕이었다. 이집트에는 수없이 많은 왕조가 존재해 왔다.‘ 클레오파트라 7세’라는 그녀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이집트 왕녀도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클레오파트라 7세’가 속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이스라엘을 통치하면서 그 당시 선진문물이었던 헬레니엄 문화를 도입하고, 화해 정치의 목적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당시 세계 공용어였던 헬라어로 성경을 번역해 성경 세계화의 초석을 세우기도 했다. 기원전 198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시리아 셀레우코스 왕조 사이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을 지배하는 나라가 이집트에서 시리아로 교체되었다. 지배왕조가 교체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시 수난을 반복하게 되었다.

절세가인 클레오파트라의 삶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왕족은 왕족과만 결혼할 수 있다는 이집트 율법에 따라 클레오파트라는 남동생과 결혼해 왕좌에 올랐다. 이집트의 왕은 파라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남편이자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4세가 왕권을 쟁취하려고 하자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였다. 기원전 48년 클레오파트라는 프톨레마이오스 14세와의 정치싸움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왕좌에서 쫓겨났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를 침공한 로마의 최고 실력자 카이사르의 힘을 빌려 왕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유배중인 클레오파트라는 당당히 카이사르를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정복자 카이사르가 이집트 왕국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안 클레오파트라는 기상천외한 계략을 펼쳤다. 신하에게 자신의 몸을 양탄자로 둘둘 말 것을 명령하고, 카이사르에게 선물로 가져다주라고 한 것이다. 충직한 신하는 어깨에 맨 양탄자를 호위 병사들에게 보인 후 값진 선물을 가져 왔다고 둘러댔다. 큼직한 양탄자는 카이사르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고, 양탄자에서 나온 클레오파트라에게 완전히 반한 카이사르는 그녀가 이집트 여왕 자리를 되찾도록 돕게 되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다시 왕좌에 오르지만, 자신을 밀어주던 로마 정치가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왕권 회복이 어려워지자 결국 자결하고 말았다.

클레오파트라의 꽃같이 아름다웠던 미모도 무소불위의 왕권도 그녀의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꽃도 막강한 권력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자연의 섭리와 역사의 교훈이 다시 한 번 되새겨지는 때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