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고민 말고 찾아주세요”
학교전담 경찰관인 권동춘(46) 진주경찰서 경위는 ‘경찰 쌤(선생님)’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낄 때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권 경위는 진주지역 초·중·고교 16곳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학교폭력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운동회 등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일이면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난다. 덕분에 귄위적인 경찰이 아니라 형, 삼촌 같은 경찰로 통하고 있다.
그가 시간을 쪼개 학생과 교류하는 이유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서다. 권 경위는 “학생들이 편한게 ‘경찰쌤’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은 편하고 믿을 수 있을 때 부모나 교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전담경찰이 벌주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고민이나 인생상담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학교전담경찰은 피해자는 물론 학생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며 “가해학생에게는 무조건 벌을 주기보다 올바른 사회생활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선도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고 전했다.
학교전담경찰은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전국 경찰서에 신설, 배치됐다. 권 경위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지역경찰로 줄곧 활동하다 2013년 학교전담경찰관을 지원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해오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터였다.
그가 가장 바빴던 것은 2014년 진주외고에서 발생한 2건의 사망사고였다. 그는 학교를 경찰서 출입하듯 들락거렸다. 학생들 이름을 외우며 밤낮없이 함께 지냈다. 그때 맺은 인연으로 진주외고는 3년째 권 경위가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그의 휴대전화에는 진주외고 학생 수십명의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다. 2014년 홍역을 치른 뒤 지난해는 학교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학교폭력은 일반학교 수준으로 확 줄었다. 그는 올해 신입생이 늘어난 것도 학교가 정상화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밤낮 휴일없이 오는 학생들의 연락이 귀찮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전혀 귀찮지 않다. 경찰을 도움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락을 하는 것이다”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는 “곧 있을 새학기는 학교폭력이 가장 발생하기 쉬운 때다. 피해자, 가해자측 학생, 학부모 누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 학교전담경찰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학생들의 문제는 가족이나 사회에서 요인된 것이 많다. 부부사이 가족관계, 사회가 아름다워질 때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 학교폭력을 학교에서 해결할 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며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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