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에 위협당하는 백년지대계 <상>
학생·학부모에 위협당하는 백년지대계 <상>
  • 곽동민
  • 승인 2014.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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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업신 당하는 세상…“내가 왜 이 짓하나”
“수업 중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적절히 지도해라. 학생들의 언행이 심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직접 지도하려 하지 말고 담당교사에게 알려라. 복도에서 아이들끼리 다소 폭력적인 행동을 할 경우에도 직접 나서지 말고 담당교사에 알려라. 아이들이 짓궂은 장난이나 행동을 할 수 있으니 되도록 수업이 있는 교사(校舍)에만 가고 다른 교사에는 가지 말라.”

최근 경남 도내 학교 현장에서 선배 교사들이 신임 교사들에게 해주는 진심 어린 충고의 말들이다. 학창시절 학생이라면 누구나 무서워했던 ‘호랑이 선생님’은 이제 없다. 일부 학생과 몰지각한 학부모마저 업신여기는 일개 교사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들을 피하는 서글픈 대한민국 교육의 자화상이다.

본보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는 백년지대계의 현장을 <상>욕설·위협…‘일상’이 돼버린 교권침해·<하>교권침해, 부메랑되어 돌아온다 등 두 편에 걸쳐 진단하고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지난해 전국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교권침해 접수·상담사례는 394건으로 집계됐다. 교권침해가 전국에서 매일 1건 이상 일어나는 ‘일상’이 된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권침해 사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학생·학부모에 의한 폭언, 폭행, 협박 등 부당행위다. 특히 학교 폭력·학교 안전사고 등의 처리과정에서 교권침해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013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는 총 394건이다. 2012년 335건에 비해 17.6% 늘어났다. 또 2009년(237건)에 비해서는 5년 새 60% 이상 증가했고, 11년 전인 2003년과 비교하면 4배나 늘어난 셈이다.

교사들이 겪는 피해 사례는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폭행 등 부당행위가 전체 154건(39.1%)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한 처분에 따른 신분 피해는 97건(24.6%), 학교 안전사고·학교폭력 처리 과정상 피해는 각 51건(12.9%) 등이었다. 교직원 간 갈등(36건·9.1%), 명예훼손(5건·1.3%) 등도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학교 안전사고나 학교 폭력 발생건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교사에게 묻거나 학교 폭력 가해학생 학부모가 자녀에게 징계를 내린 교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늘고 있다.

경남지역의 경우 지난 2012년에 발생한 교권침해 행위는 14건이었으며 2013년에는 20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 중 학생과 학부모의 부당행위가 6건, 안전사고 6건, 학교 폭력이 5건으로 집계됐다.

또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2012년 도내 학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교권침해 237건 가운데 학생·학부모에 의한 폭행과 폭언·욕설 사례가 150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내 한 교육 관계자는 “실제 교권침해 사례는 접수된 것 이외에도 더 많을 것”이라며 “최근 복도에서 동급생의 뺨을 때리는 학생을 지도하다 체벌 시비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지역의 한 선생님은 그때의 충격으로 휴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분들이 많다. 경력이 많은 선배 선생님들 중에도 교권침해를 겪고 명예퇴직을 신청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교실에 들어가기가 겁난다’는 선생님들의 말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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