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맞은 잡초덤불에 마음 바쁜 예초기질
가을비 맞은 잡초덤불에 마음 바쁜 예초기질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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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과수원 풀베기
지난 주말 비가 내린 이후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예로부터 가을비 한차례에 옷이 한 벌 이라고 했다. 절기상으로도 지난 주말이 찬이슬이 맺힌다는 백로였으니 여름옷을 벗고 가을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되었다. 다른 말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고 했다. 일교차가 심한 최근 기온은 식물에게는 보약이다. 한낮 따가운 햇살을 충분히 받아야 씨앗이 여물고 맛있는 과일을 만들 수 있다.

날씨가 서늘해지며 농작물에 극성을 부리던 병충해도 주춤해졌다. 농약을 전혀 뿌리지 않았던 대봉나무에 탄화물을 여러 종류 섞어서 뿌렸다. 감이 익기 시작하면 극성을 부리는 노린재 예방을 위하여 코스모스와 숙기를 당길 수 있는 인산칼리 성분이 강화된 탄화물을 이용했다. 대봉은 꽃이 필 무렵 저온 피해를 입어 예년과 대비하여 과일 열림이 반도 되지 않는다. 올해 농사만 생각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내년에도 대봉농사는 계속해야 하기에 나무가 병들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

지난주에 비가 내린 후 과수원에 잡초가 많이 자랐다. 처서와 백로가 지났으니 풀이 극성을 부리며 자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수확과 정리를 쉽게 하기 위하여 풀베기를 다시 한 번 시작했다. 먼저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논둑부터 풀을 벴다. 초여름과 한 달 전에도 베었던 곳이라 예초기로 쉽게 벨 수 있었다.

다음으로 단감과수원에 자란 풀을 벴다. 먼저 평평한 곳은 관리기에 달린 예초기로 베고 관리기가 미치지 못하는 언덕과 과수나무 사이는 등에 짊어지는 예초기를 사용했다. 지난 번 풀베기를 할 때 빠뜨린 곳은 바랭이가 길게 자라 이삭까지 패어 예치기 날에 감기기 일쑤였다. 풀이 부드러운 바랭이는 풀 베는 시기를 놓치면 때로는 이리저리 쓰러지고 드러누워 작업속도를 더디게 한다. 또한 풀 속을 일일이 살필 수 없어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와 돌덩이라도 숨어 있으면 예초기 칼날에 부딪혀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눈과 얼굴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긴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다.

가을 수확을 해야 하는 단감과 대봉과수원부터 먼저 풀을 베고 틈나는 대로 매실과수원을 찾았다. 매실과수원도 풀을 베야 가을에 거름을 줄 때 지장을 받지 않는다. 특히 매실은 뿌리의 활동이 일찍 시작하고 꽃피는 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늦가을 휴면에 들기 전에 밑거름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지난주에 심었던 김장용 무와 배추밭을 살펴보고 빠진 곳에 보식을 했다. 이제 막 돋기 시작한 어린 무에 진딧물이 붙기 시작하여 농약을 사용하는 대신 담배탄화물을 한차례 뿌렸다. 보통 사람들은 무와 배추에 어린잎을 갉아먹는 벌레가 기승을 부리면 하얀 가루로 된 농약을 뿌려 퇴치하곤 한다.

오래전에 심었던 쪽파가 잘 나지 않아 갈퀴로 긁어 버리고 지난 주에 당근을 심었는데 함께 발아하기 시작했다. 쪽파는 자라는 대로 뽑아 찬거리로 사용하면 될 것 같아 같이 키우기로 했다. 가을 당근은 파종 시기가 다소 늦기는 했지만 처음 시도해본 것이라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여름가뭄 때문에 몇 번을 망설이다 비 소식을 듣고 지난주에 씨앗을 뿌렸다.

연꽃이 지면 연잎을 따기로 약속을 했었다. 지난 달 중순 연꽃이 한창일 때 연잎을 한 차례 따서 탄화물을 만들었으나 민원을 제기하여 작업을 마저 마치지 못하고 나머지 작업을 연꽃이 지는 이달로 미루었다. 정해진 몫의 작업을 마치기 위하여 주중에 지난달 작업을 함께했던 회원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지난달의 경험을 살려 시간낭비 없이 예정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날씨도 서늘해 연잎 따기도 좋았다. 딴 연잎은 마르지 않도록 비닐로 포장하여 냉장보관 했다가 내 차례가 돌아오면 탄화를 시킬 계획이다.

여름에 살구를 먹은 후 씨앗을 모았다가 신품종 과일을 접붙일 대목으로 쓰기 위하여 심어 두었다. 내년 봄 단단한 껍질이 삭으면 씨앗이 발아 할 것이다. 그동안 씨앗을 심었던 곳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일부러 방치해 두었다. 그러나 내년에 움이 틀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끔하게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풀을 베었다. 풀을 베고 보니 일년생 잡초가 아닌 쑥을 비롯한 숙근초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뿌리 체 제거하기 위해서는 땅을 뒤지어 파야하나 묻힌 씨앗이 있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제초제를 뿌릴 수 밖에 없었다. 사용한 제초제는 흙과 접촉하면 성분이 분해되어 사라진다니 묻힌 씨앗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 튼튼하게 돋을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과수원 풀베기
초보농사꾼이 단감과수원에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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