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둔 밭 정리하며 가을농사 채비
비워둔 밭 정리하며 가을농사 채비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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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텃밭정리
며칠사이 하늘은 파랗게 높아졌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는 서늘한 기운이 묻어있다. 이제는 한낮 햇살 아래에서 일을 해도 못 견딜 정도로 뜨겁지 않다. 벌써 가을 기운이 전해 온다.

가뭄 때문에 미루어 왔던 김장채소를 서둘러 심었다. 뜨거운 여름한철을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수박을 심었던 터와 참깨를 수확한 밭을 먼저 정리했다. 가뭄에 덩굴이 말라버려 방치해 두었던 수박밭은 바랭이가 점령하여 우선 예초기로 풀부터 베어야했다. 베어낸 풀은 쇠갈퀴를 이용하여 걷어냈다. 바랭이를 걷어내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덮었던 비닐이 나타났다. 비닐을 걷기 위하여 잡아당기자 긴 기간이 아님에도 여기저기 떨어지고 삭아 작업이 쉽지 않았다. 비닐을 깔며 날아가지 못하도록 흙을 덮었던 곳은 일일이 파내며 제거해야만 했다. 작업 시간도 늘어져 덮을 때 곱절은 걸린 것 같다.

잡초와 비닐을 제거한 밭을 관리기로 한 번 갈았다. 밭을 갈자 걷어내지 못한 비닐조각과 참깨뿌리 등 거친 이물질이 드러났다. 갈퀴를 이용하여 한 번 걷고 지나가자 밭이 제 모습을 갖추었다. 제 모습이 나타난 밭에 거름을 뿌리고 흙과 잘 섞이도록 다시 한 번 관리기로 갈았다. 흙을 정리하고 거름을 넣은 밭은 며칠 잠을 재웠다. 시간이 흐르자 미처 마르지 않았던 풀도 말라 밭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비 예보를 듣고 파종할 무 씨앗과 배추 모종을 샀다. 종묘상에서 구입한 배추모종에는 물을 흠뻑 뿌려 내일 본 밭에 옮겨 심을 준비를 마쳤다. 밭은 관리기를 이용하여 이랑을 다시 만들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아침에 배추모종과 무 씨앗을 준비하여 밭으로 나갔다. 먼저 배추모종을 상자에서 하나씩 빼어내 3~40cm 간격으로 심었다. 여러 번 갈았던 밭이라 흙이 부드러워 맨손으로 배추모종 200포기 정식을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었다.

무는 씨앗을 직접 파종하는 관계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뿌린 후 발로 밟아 흙이 덮이도록 한 후 햇볕에 마르지 않도록 부직포를 덮어 두었다. 며칠 후 씨앗이 발아하면 부직포를 걷어내면 될 것이다. 씨앗이 발아하면 자주 솎아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자랄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 솎아낸 어린 무는 가을 내내 열무김치도 담그고 풋나물도 만들어 우리 입맛을 돋울 것이다.

이삭이 패기 시작한 벼논에 불청객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같은 논에 자라면서도 구별이 쉽지 않았던 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도 이삭이 패면서 벼보다 더 높이 이삭을 올렸다. 처음 한 두 포기 패기 시작한 피가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자 피사리를 않을 수 없었다.

피사리를 위하여 벼논에 들어서자 벼가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벼논에 섞인 피를 뽑기 위하여 고개를 숙이자 볏 잎이 얼굴을 찌르고 할퀴기 일쑤였다. 긴 옷을 입고 귀와 얼굴을 수건으로 동여맨 후 다시 벼논에 들어서야 했다.

벼논에 같이 자라는 피는 눈썰미만 있으면 누구나 구별할 수 있다. 익숙하면 고개를 숙이고 마디만 보아도 벼와 구별이 가능하다. 다 자란 피를 뽑으려고 하니 쉽게 뽑히질 않았다. 할 수 없이 낫으로 뿌리 위를 바짝 자를 수밖에 없었다. 줄기를 자른 피를 논 밖으로 옮기자니 작업속도가 더뎌 논바닥에 깔고 발로 밟아 묻었다.

예전에는 피사리를 묘판에서부터 여러 번에 걸쳐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묘판도 만들지 않고 피까지 제거하는 제초제가 있어 벼논에 피를 예사로 여긴다. 벼논에 피가 자라도 수확에 큰 지장이 없다며 그냥 두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었다.

단감이 모습을 갖춰가자 노린재가 덤비기 시작했다. 노린재는 단감을 쑤셔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활동성이 뛰어나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과수원에 피해를 많이 입힌다. 비가 내린 후 노린재 방제를 위하여 코스모스탄화물을 한 차례 뿌렸다. 노린재가 코스모스를 기피하는 알려져 얼마 전부터 농약대신 코스모스를 심고 탄화물을 만들어 뿌려 왔다.

비가 그치자 어머니께서 말려 두었던 쪽파를 들고 나섰다. 지금이 파종 적기라고 하신다. 쪽파는 양파나 파처럼 씨앗을 뿌리지 않고 마늘처럼 보관해 두었던 구근을 심는다. 작년에 심었던 밭은 종자용 구근을 뽑아낸 후 그동안 묵혀 두었다. 얼마 전 쇠비름을 채취하고 말끔하게 정리해 두었던 곳이라 이랑을 만들어 가며 쪽파를 하나하나 묻었다. 지금 심으면 내는 봄까지 두고두고 찬거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텃밭정리
초보농사꾼이 텃밭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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