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하는지 풀을 키우는지 야속한 잡초밭
농사를 하는지 풀을 키우는지 야속한 잡초밭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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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풀과의 전쟁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상청은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육박하고 아침 최저기온까지 섭씨30도를 웃도는 등 연일 기상관측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상고온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중국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상이변이라고 한다. 방송에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는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야외활동을 삼가고 시원한 그늘에서 보낼 것을 알리고 있다.

옛날 같으면 농촌에서는 입추를 지난 음력 칠월이 바쁜 농사일을 끝내고 한 숨 돌리는 시기다. 큰 태풍이나 폭우로 인한 기상재해만 없으면 무더위를 피해 해수욕도 한 번 다녀오고 농사일에 지친 몸을 다스리기 위하여 강변을 찾아 모래찜질을 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끼리끼리 틈을 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짧은 하루 시간을 내어 가까운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울 때는 농사일도 비교적 시원한 새벽과 오후 해가 질 무렵에 할 수 밖에 없다. 빈 밭에 풀을 베어내고 가을당근을 심어 볼 요량으로 해거름에 나갔는데도 잠시 노동에 땀이 흠뻑 젖었다. 거름을 싣기 위하여 쌓아둔 타작마당으로 차를 몰고 갔더니 정자나무 아래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던 동네 어른들이 직장인들처럼 일하면 병난다며 쉬엄쉬엄 하라고 일러준다. 어른들이 볼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워 아직 일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바람이 불긴 했으나 달궈진 대지로부터 올라오는 열기가 만만찮은 것 같아 어른들과 어울려 한참을 보냈다. 더위를 피하고 적당히 쉬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농사일을 배우는 것만큼 필요한 일이다.

당근과 함께 열무도 심어볼 요량으로 땅을 고르고 거름을 흩었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 흙이 빠르게 말라버려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비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될 것 같다. 한여름에는 많은 비가 내려도 닷새만 지나면 땅이 굳고 겉흙이 말라 버린다. 소나기라도 자주 내려야 채소라도 가꾸어 먹지 사람이 물을 주어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풀은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잡초는 한낮더위에 삶겨 죽은 것처럼 늘어졌다가도 해그늘만 내리면 꼿꼿하게 바로 선다. 잠시 한눈팔고 돌아서보면 무릎을 넘길 정도로 자라있다. 풀도 적당히 자랐을 때 베어야지 너무 늦게 베면 예치기에 감겨 능률이 떨어진다. 서서 베는 예치기보다는 관리기에 달아 사용하는 예치기는 너무 크게 자란 바랭이는 쓰러지며 날에 감기기만 할 뿐 회전 칼날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적당히 자랐을 때 자주베어 주는 것이 훨씬 능률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주 베기로 했다. 경사가 없고 바닥이 고른 곳은 넓은 칼날이 지나가며 베어버리니 훨씬 효율적이다. 경사가 있거나 나무가 방해를 해 회전칼날이 미치지 못하는 곳만 짊어지고 베는 예치기로 잘라내면 된다.

한 눈 팔고 있었던 사이 칡넝쿨이 참죽밭까지 침입하여 마디마다 잔뿌리를 내리고 있다. 벌써 걷어내기 늦은 시기다. 더 미루면 어려울 것 같아 낫을 들고 나섰다. 칡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한 달 전 나무 높이를 낮추기 위하여 톱으로 잘라낼 때는 보이지도 않던 넝쿨이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나무를 덮어 버렸다. 여기저기서 뻗어 나온 넝쿨이 얽혀 어느 것부터 걷어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었다. 칡은 마디마다 내린 뿌리가 줄기를 걷어내도 잔뿌리가 남아 다시 자라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혹자는 처서가 지나 제초제인 근사미를 뿌리에 묻혀야만 없앨 수 있다고 한다. 급한 대로 눈에 보이는 것부터 걷어내고 언덕아래로부터 뻗어 올라오는 줄기는 낫으로 잘라 마무리했다.

한낮 따가운 햇볕에 농작물도 견디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타들어가는 것을 보다 못한 이웃은 가지와 오이에 물을 길어다 주기도 했다. 반면에 가뭄에 강한 농작물도 있어 참깨와 고추는 풍작이다. 장마가 시작할 무렵 참깨를 파종했다가 폭우에 대부분 떠내려 보내고 겨우 몇 포기 남았는데도 무럭무럭 자라 수확할 때가 됐다. 띄엄띄엄 남았던 포기가 가지를 쳐 큰 그루로 자랐다.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른장마가 참깨농사 풍작을 있게 한 것이다. 곧 한 두 꼬투리 벌어지면 참깨를 낫으로 베 세워야겠다. /정찬효 시민기자

풀베기작업
초보농사꾼이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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