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Share)로 지속가능사회를…
‘공유’(Share)로 지속가능사회를…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소유(ownership)의 개념을 발전시키면 발전시킬수록 ‘담음’의 태도가, 공유(share)의 개념을 발전시키면 발전시킬수록 ‘열림’의 태도가 커진다. 동·서양 할 것 없이 담고 베푸는 논리는 동일하지만 그 논리를 체화시키면 문화가 된다. 이를테면 동양의 보자기는 펼치는 ‘열림’, ‘공유’의 문화를 가진 반면, 서양의 가방은 집어넣는 ‘담음’, ‘소유’의 문화를 가졌다. 가방이 지닌 가치인 소유의 개념이 발전하는 현상은 더 많이 주워 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 욕구를 전 세계에 일반화시킨 것이 서구의 신자유주의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한마디로 물질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고 풍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삶이란 공유되어야 할 많은 것들(자연, 곡물, 광물 등)을 개인이 소유하면서 만든 것이라서 항상 양극화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이런 경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일부로 변해가고 있다. 전 세계 20억 인구가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고 물, 음식, 전기, 의료 등 기초적인 것도 제공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구가 40억이나 된다. 이런 슬픈 현실의 해결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지금은 공급의 과잉시대다. 좋은 것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가지지만, 욕심만큼 모든 것을 소유할 수는 없다. 또한 소유가 꼭 행복과 연관하지도 않는다. 다시 보자기와 가방으로 돌아온다면, 우리 삶에 자리 잡은 소유라는 가방문화는 그 한계성을 드러내 보이지만, 보자기의 열림에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공유의 문화가 있다. 옛날 공산주의 경제처럼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여 그 생산물을 골고루 나누는 비효율적이고 부정부패가 상존하는 문화가 아니라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리사이클링시키는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를 공유경제라 할 수 있다.

공유경제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이나 부동산을 서로 바꿔 쓰거나 함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열림이라는 보자기문화에서 생활해온 우리는 오래전부터 바자회를 통해 물건을 바꾸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팔기도 하면서 공유경제의 개념을 실천해 왔다. 최근 서울시는 나눔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태여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공유시스템이다. 나눔카가 활성화되면 시민들은 언제든지 자동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자동차 보유율을 줄여 교통혼잡, 주차난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집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과잉생산을 줄이고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착한 마음을 지닌 셈이다. 소유욕을 강하게 키워온 구세대에게 있어서 내 것을 남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구세대보다 소비하는 법을 더 잘 알며 실용을 추구하는 이삼십 대에게 공유경제는 분명히 가치 있는 소비방식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SNS의 발달은 공유경제 시스템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의 ‘아나바다’ 운동은 정보전달의 어려움으로 지역적 한계를 가졌지만, SNS는 분배와 사용을 효율적이며 광범위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공유경제는 그렇게 진화하는 것이다.

공유의 맥락에서 보면 최근 이슈화되는 적정기술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풍만한 기술이다. 대량생산과 무조건적 시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정치적·문화적·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요구를 기술 자체로 품고 있다. 즉 삶의 질을 품고 있는 기술인 것이다.

소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오늘날 독신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공유경제의 미래를 뒷받침한다. 사람의 일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난다. 완전 소유는 없다. 다시 보자기를 생각한다. 탐욕의 정점에서 한계성을 드러낸 서양의 가방문화보다 평상, 마당, 돗자리, 보자기가 가진 열림의 문화로 사고하고 생활해 보는 것이 어떤가.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