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자살…예방접종이 필요한 사회
줄잇는 자살…예방접종이 필요한 사회
  • 이은수
  • 승인 201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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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식 개선·근본적 예방대책 수립돼야
60대 남성이 80대 노모를 뒤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경남지역에 처지를 비관한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오후 3시 1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텃밭에서 하모(66·지적장애 1급)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했다. 하씨 옆에는 마시다가 남은 살충제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을 찾아 나서 집 주변을 둘러보던 하씨 어머니 권모(85)씨는 아들의 자살에 충격을 받았다. 독신인 하씨는 월세 5만 원을 주고 얻은 마산회원구의 한 주택에서 줄곧 노모와 함께 생활해왔다. 하씨는 2003년 7월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수년 전부터는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다녔다. 경찰은 하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후에는 60대 독신 남성이 목을 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아파트 뒷산 나무에 S(68)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그의 제수가 발견했다. S씨 가족은 그날 오후 2시께 경찰에 자살의심 신고를 한 뒤 S씨가 살던 임대아파트 주변을 수색하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S씨는 가족들이 여러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고 가족 중 한명에게 ‘그동안 미안했다’는 말을 남겼다.

경찰은 S씨가 결혼을 하지 않고 수십 년을 독신으로 지냈으며, 우울 증세를 보이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1시 30분께 창원시 마산 합포구 한 아파트 현관 앞에서 김모(2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다는 유족의 진술에 따라 김씨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 0시 40분께는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한 마을 공터에 세워진 승합차 안에서 배모(46)씨가 연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대기업의 소사장인 배씨는 평소 가족에게 ‘소사장으로 일을 해나가는 게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배씨가 회사 일 등으로 고민하다가 극단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0시 40분께 창원시 마산 합포구 마창대교에서 윤모(69)씨가 자신의 1t 트럭을 갓길에 세워두고 바다로 투신해 숨졌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윤씨는 돈을 빌려간 지인이 최근 숨져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크게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도내에서 자살사건은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예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남지역 자살은 2006년 812건, 2007년 926건, 2008년 927건, 2009년 1020건, 2010년 1044건, 2011년 1054건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최근 5년 새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2011년 한 해 국내에서 1만550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4분마다 한 명씩 자살한 셈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8년째 1위다. 더 큰 문제는 자살률이 전 연령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00~2010년) 새 국내 경제활동 인구(15~16세)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15.7명에서 30.9명으로 2배나 증가했다. 반면 OECD 평균은 17.2명에서 15.3명으로 줄었다.

아동ㆍ청소년(10~24세) 자살률도 같은 기간 6.4명에서 9.4명으로 1.5배 증가했고,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도 34.2명에서 80.3명으로 급증했다. OECD 평균 자살률이 각 연령대에 걸쳐 소폭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청년실업,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퇴직 봇물,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 등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고위험군 파악→맞춤형 자살 예방프로그램 마련→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는 3단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선영 한국생명의전화 사무국장은 “‘자살 예방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사회에서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남겨진 가족들은 또 다른 고통에 힘겨워하다 결국 다시 자살 위험에 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자살원인 분석과 DB구축 등 실효적인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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