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분당대회 같은 전당대회’ 치른 국민의힘
[경일시론]‘분당대회 같은 전당대회’ 치른 국민의힘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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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23일 열린 4차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62.84%를 얻었다. 4·10 총선 이튿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100여 일, 지난달 23일 출마선언을 하고 ‘판’에 뛰어든 지 딱 한 달 만이다. 경선 기간 동안 숱한 공격을 받아 결과 예측이 어려웠던 그였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훌쩍 넘겼다. 결선투표가 필요 없게 됨으로써 당권 경쟁을 둘러싼 당내의 거친 소용돌이는 이날로 일단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로써 국민의힘에 곧 평화와 안정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라는 언어 유희의 난무 속에 가까스로 당대회를 치렀다. 새 지도체제를 갖췄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한 달 동안 입은 내상(內傷)이 너무 컸다. 때문에 누가 뽑히든 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란 말이 경선 내내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떠돌았다. 걱정된다던 그 ‘당대회 이후’가 어제부터 시작되었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달 판에 뛰어들 때 내건 기치, 수평적 당정 관계는 어떤 모양새로 펼쳐질까. 또 보수 정치의 혁신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사람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란 비아냥은 대통령 부인이 지난 총선 전 한동훈에게 보낸 문자 논란에서 비롯되었다.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라면 하겠다”는 뜻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전했다는 문자였다. 그 문자 읽고도 무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한동훈은 잠시 난처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곧 그가 “오히려 김 여사는 사과할 의향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국힘 전당대회는 속된 말로 ‘쑥시기판’이 되었다.

잇달아 한동훈이 측근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는 소리, 대통령 부인을 프랑스 혁명 때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에 비견한 김경율을 금감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설, 한동훈이 법무장관시절 여론조작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주장들이 터져나왔다. 한동훈은 이러저러한 공격을 가해오는 원희룡의 노상방뇨 전력, 나경원이 국회법 위반 사건 공소취소를 법무장관인 자신에게 사적으로 부탁했다는 폭로 따위로 난장판을 더 키웠다. 비열하고 졸렬한 난타전은 바라보는 국민이 되레 민망할 지경이었다.

워낙 감정의 골이 깊게 파여 누가 당대표가 되어도 문제라고들 했다. 그동안 얽힌 당내 갈등 수습이 쉽지 않을 거란 뜻이었다. 한동훈 대표 앞에 놓인 당장의 과제다. 친윤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 분석은 맞는 말일 거다. 한동훈 대표가 난제 앞에 선 건 이제 국민의힘 현실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변화와 국민 눈 높이를 특히 강조했지만 ‘걱정되는 전당대회 이후’의 당을 어떻게 추스리고 이끌어 나가야 하나.

우선 지금까지 벌려온 여권 분열의 골부터 더 이상 깊어지지 않도록 한 대표는 정성껏 다독여야 한다. 특히 당내 구성원들의 화합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찾아 합당한 모든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한때 거절했던 대통령과의 만남도 조속히 가져야 한다. 정치에서 소통만큼 절실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그리고 대표 경선 경쟁후보들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그들 격에 맞는 역할을 나누어야 한다. 지켜보는 국민을 안도시키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한 대표에게 한팀 정신으로 힘을 실어줘야 하리라.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운 어느 야당 의원이 비꼬았다. “축하 난 한 개 보내고 조금 있다가 한 대표 힘 빼는 작업 벌일 거다.” 대통령실은 이런 의심받을 일을 스스로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당 주류 친윤들도 마음을 펴고 한 대표 체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대통령과 자신들을 지지한 사람들, 나아가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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