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촉석루
[천왕봉]촉석루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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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촉석루에서 어떤 환영연의 주빈이 된 적이 있었다. 1780년 봄 부친이 예천군수로 부임할 때 모셔드리고 돌아가던 길에 마침 경상우도병마절도사로 재임 중인 장인 홍화보(洪和輔)를 뵈러 진주를 찾았던 것. 이에 절도사는 촉석루에서 격식 있게 잔치를 베풀었다. 홍화보는 그자리에서 한마디 연설을 토했다.

▶<옛 삼장사가 여기 올라 통음하곤 미련없이 남강에 몸을 던졌다. 당시 여러 진영은 여력을 두고도 구원 오지 않았다. 외적과 싸우기 전 내홍이 먼저 일어 충신·의사들이 굴원처럼 투신했으니,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다산은 그 연설문과 그날 일을 적은 ‘촉석루연유시서’를 남겼다. 문화사에 영롱한 이름 정약용의 필적이 촉석루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고려 때 정을보의 촉석루 시도 있는데 “당나라 때 시 ‘황학루’도 최호(崔顥)가 호사 취미로 남겼다”는 구절이 인상 깊다. 촉석루 또한 유명 시 한 편 없으란 법 있느냐는 투로 들려서다. 변영로도 논개에 실은 민족의 명시를 남겼다. 이처럼 고려 때부터 시대마다 내로라 하던 문사들의 촉석루 글귀에 새삼 생각이 뻗는다. 요즘의 촉석루 국보 재지정 추진 움직임 때문이다.

▶옛 누각은 6·25 때 불타버렸고, 지금 것은 그 뒤 재건할 때 원형을 잃었다며 국보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촉석루 반석의 이끼처럼 창연한 시문과 문장들의 저 인문학적 콘텐츠는 문화재 가치 요소가 전혀 못 되는 걸까. 게다가 건축 양식이 옛것 그대로라는 증거 자료들이 최근 여럿 발굴되고 있다니 이참에 긍정적으로 재검토되었으면 한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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