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13회 인구의 날에 부쳐
[기고]제13회 인구의 날에 부쳐
  • 경남일보
  • 승인 2024.07.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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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신 경상남도의원

 

지난 5월 소문난 딸부자집인 우리 집은 처음으로 손자를 얻었다. 환갑을 갓 지난 나이에 벌써 외손주가 셋이다.

갓난아기를 맞이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처음으로 그 작고 보드라운 존재를 품에 안으면 아무리 무신론자라도 신을 찾게 된다. 전 우주의 기운과 소망을 한 몸에 안고 지구에 착륙한 한없이 여리고 소중한 존재. 눈물 나도록 고맙고 또 사랑스럽다. 그런 경험을 세 번이나 했으니 나는 부러울 게 없다.

그런데 육아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사람 손을 필요로 한다. 손만 가서는 안 된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눈도 맞춰야 하고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첫 손주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머지 두 손주는 아내가 키우다시피 한다. 두 달 된 신생아는 가슴 앞에 안고 두 살짜리 손주는 등에 업고, 아내는 수십 년 전 육아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아무리 건강해도 적지 않은 나이다. ‘여자의 일생’이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지켜보는 나조차도 벅차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도와줄 부모 혹은 친척이나 지인이 인근에 없다면?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오늘은 ‘세계 인구의 날’이고, 지난해 같은 날 나는 역시 ‘제12회 인구의 날에 부쳐’라는 기고를 썼다. 1년이 지났지만 인구문제는 앞으로 가기는 커녕 후퇴한 현재 상황을 환기하기 위해 다시 글을 쓴다.

저출생·고령화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세운 지 16년이 지났다. 그 사이 28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다. 뒤늦게 정부는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88번을 고쳐 썼다는 정부의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생을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비상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글쎄요” 라고 답하고 싶다.

아직도 정부와 우리 사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 막 아이를 출산한 부모 심정과는 온도 차가 너무 크다.

출산율 대책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조건 필요 없다. 무조건 국가가 길러줘야 한다. 이것만이 해답이다.

인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용객이 없는 도로는 무슨 소용이며, 사회간접시설이 무슨 필요가 있나? 아니, 인구가 없는데 국가라는 존재가 무슨 소용인가?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고 할 시기는 지났다. 낳는 것은 부모지만 기르는 것은 국가 몫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전남 강진군 사례를 접했다. 우리가 “이것이 맞네, 저것이 맞네” 하는 동안 강진군은 과감히 실험을 밀고 나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인구 3만 2000여 명의 작은 농촌에서 1분기 출생아 수가 전년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강진군은 자녀수와 무관하게 출생아 1명당 매월 60만 원씩 84개월 동안 육아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수당을 받는 주민의 75%는 이 정책 도입 이전에 거주한 주민이라고 하니 ‘윗돌 빼서 아랫돌 빼는’ 정책이 아닌 것만 해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번지르르한 정책을 찾으려 하지 말자. 국가와 자치단체가 과감한 실행을 할 때이다. 내년 인구의 날에는 ‘대한민국 출생율, 바닥 치고 기사회생’이라는 기사를 접하고 싶다. 말 그대로 ‘국가 비상사태’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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