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투쟁 4년차, 23명만 남았다
진주의료원 폐업 투쟁 4년차, 23명만 남았다
  • 임명진
  • 승인 2017.06.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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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시선' 마음에 상처…명예회복·공공의료 부활 희망
서부경남의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게 되자 직원들은 거리로 나왔다.

2013년 5월 29일 폐업신고에 맞서 재개원 투쟁에 나선지 어언 4년째. 181명에 달했던 노조원은 이제는 23명만이 남았다. 그들에게 봄날은 올 수 있을까.

14일 오전 진주의료원 노조원들을 만났다. 인터뷰는 노조원들의 사정상 박석용 노조 지부장과 오주현사무장이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성·귀족노조 꼬리표 따라 붙어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은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여기에는 무리한 의료원 이전, 도의 관리·감독 부실, 방만 운영, 서비스 부족 등의 복합적인 사유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 물음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오주현 노조 사무장은 “마치 병원문 닫은 것을 노조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시선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며 “그런 억울함이 지금까지 노조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그들에게 쓰인 강성·귀족 노조라는 딱지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들이 전하는 실상은 외부의 시선과는 거리가 있었다.

박석용 지부장은 “근속 20년차도 4000만원을 넘기기 어려웠다. 지부장을 선출하기 힘들 정도로 노조활동이 미약했는데 강성·귀족노조라니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도민들이 믿어주지를 않으니 너무 억울했다. 일부 정치인에 의해 공공의료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3년 넘게 끌어온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진주의료원 폐업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문제해결은 요원해졌다.

끝까지 명예퇴직 등을 거부한 박 지부장을 비롯한 70여 명의 노조원들은 점거, 삭발, 고공농성까지 안 해 본 것 없이 투쟁했다.

그러는 동안 노조원의 수는 3분의 1로 줄어 23명이 남았다. 노조활동을 함께하던 동료 두 명은 세상을 등졌다.

싸늘한 시선에 치열했던 투쟁의 기억은 숨겨야만 했다. 그들에게는 ‘강성노조’, ‘귀족노조’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던 간호직의 경우 86명 중 현재 취업에 성공해 병원에서 일하는 정규직 간호사는 고작 17명 뿐이다.

비간호직의 실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계약직이나 임시직 같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실직 상태이다.

박 지부장은 “취업에 나선 노조원들이 면접 자리에서나 이력서를 쓸 때 진주의료원 출신이냐, 노조활동을 할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말하고 다니지만, 전에는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라고 토로했다.

◇투쟁의 이유, 명예회복과 공공의료 부활

정권이 바뀌고 진주의료원의 종전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나라 전체가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 등을 겪고 나서 서부경남에 대학병원이나 일반 병원과는 다른 역할을 해 온 비영리 공공의료에 대한 기능이 다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입원환자의 30~40%가 장기 환자로 채워져 있었다. 대부분이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층들이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을 살갑게 보살펴 준 간호직 노조원들의 안부를 묻으면 연락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에게 복직이 최우선가치는 아니다. 그들은 의료인으로서 명예회복과 문을 닫은 공공의료기관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

박 지부장은 “노조원들은 정당한 평가를 다시 받고 싶어 하고 있다. 그런 순간이 올 때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3년 5월 26일 폐업에 맞서 집회를 열고 있는 진주의료원에 방문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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