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선생님과 스승
[경일춘추]선생님과 스승
  • 경남일보
  • 승인 2024.04.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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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수필가
김유진 수필가


언제부터인가 초중고 교육이 진학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만 있고 학생은 없는 교육으로 변해 버렸고 거기에 학부모까지 일심동체가 된 듯하다. ‘선생님을 가르치는 사람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하면서 친구처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 교육이 서 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은 배우는 입장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뉴스를 접하면 몸서리치듯 불편한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 학생이 선생님께 함부로 대들거나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갑질하는 학부모로 인해 유능하고 젊은 선생님이 생목숨을 끓는 안타까운 뉴스도 나온다. 옛날에는 지식이 많은 교사보다 인성이 바른 교사를 더 훌륭한 교사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인성 지도를 잘하는 교사보다 진학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사들이 대접받는 세상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둡고 먼 인생길에 등불이 돼주는 사람이 스승이다. 일찍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늘날 교권은 땅에 떨어져 있고 선생님과 스승의 구별도 없어졌다. 아낌없이 퍼주는 스승의 지혜를 고마워하기는커녕 무슨 아랫사람 다루듯 하는 세태가 너무나 안타깝다. 백년대계란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꼭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선생님의 호칭이 남발되고 있다. 거기에 비해 진심으로 선생님으로 예우해야 할 사람한테는 오히려 무례를 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의 선생님은 몇 명이 있고 스승이 몇 명 있는가. 일 년에 한 번씩 스승의 날이 온다. 저마다 가슴 속에 선생님의 기억과 스승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인생의 좌표를 만들어 준 선생님께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마음 속으로 고마워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첫 번째 스승은 부모님이다. 그래서 인성은 가정에서 싹을 틔우고 학교에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두 번째는 사회 구성원으로 만나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형성하는 학교 선생님이다. 지식과 지혜를 마르지 않는 샘처럼 퍼 올려 나누는 사이가 선생님과 제자 사이다. 장래의 먼 길을 희망불빛으로 배웅하는 스승은 형이하학적인 계산으로 셈을 할 수 없는 사이다. 신이 주신 마음 중에 부모와 스승만이 질투가 없는 마음을 가졌다. 자식의 안위와 제자의 출세를 응원하는 가장 귀한 마음이다. 마음 속에 참된 스승이나 선생님 한 분을 모시고 산다는 것은 인생의 등불 하나를 마음속에 켜고 산다는 의미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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