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 교방 술과 ‘막걸리+전(煎)’ 축제
[경일포럼]진주 교방 술과 ‘막걸리+전(煎)’ 축제
  • 경남일보
  • 승인 2024.04.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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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진주교방문화는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자원임과 동시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진주로 대표되는 영남 교방의 음식문화의 핵심인 술(酒)은 궁중정재(宮中呈才)와 민간연회(民間宴會)의 교섭을 통해 각종 요리 제법과 양조 기술 측면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진주 교방 술에 대한 고찰과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의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남지방 교방 상차림에 등장하는 술은 ‘국화주’가 대표적이다. 국화주는 일종의 꽃 술로 사군자의 품격을 표방하면서 풍류를 대표하는 행사인 ‘시회’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영남 고성의 시회에 국화주(酒)와 국화전(煎)이 등장했다는 기록을 감안한다면 영남 교방의 대표적인 술이 국화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방문화의 꽃인 의암별제와 같은 의례에 어울릴 법한 술이다.

이화선 선문대학교 연구교수는 ‘진주교방의 술 제조법 고찰’에서 주목할만한 아젠다를 제시했다. 진주교방음식을 대표하는 진주냉면의 재료인 메밀을 이용한 ‘목맥주’와 ‘목맥소주’의 발굴과 전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선 전기 의관 전순의가 음식의 다양한 조리법을 적은 조리서인 ‘산가요록’의 기록을 토대로 진주를 대표하는 교방 술로 정착시키자는 주장이다. 교방 음식에 교방 술이 더해져 ‘진주냉면+목맥주’와 같은 신선한 조합이 탄생한다면 교방음식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비빔밥을 비롯한 전주(全州)의 향토음식과 찰떡궁합인 모주(母酒)를 떠올린다면 이 새로운 조합이 주는 생소함은 금방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모주는 이미 전라도를 대표하는 막걸리이다. 기호와 상관없이 전주비빔밥에 모주 한 잔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전주비빔밥+모주’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트랜드가 되었다.

여기서 진주 교방을 대표하는 진주비빔밥이 겪고 있는 침체의 역사를 딛고 일어설 방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바로 ‘진주비빔밥+막걸리’이다. 전주비빔밥과 모주의 조합을 베끼자는 것이 아니다. 누룩을 활용한 고품격 진주 대표 막걸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진주에는 79년 역사를 가진 누룩제조 회사인 ‘진주곡자공업사’가 있다. 막걸리의 상품성을 결정짓는 이 회사의 존재만으로도 진주가 대한민국 막걸리 역사의 원조라는 역사성을 담보하기에 충분하다. ‘진주비빔밥+진주막걸리’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막걸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마지막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지정했다. 막걸리가 한류의 영향과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 정책에 호응해 전국 각 지역마다 이른바 ‘막걸리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막걸리 축제에는 포천 이화주, 산수 동정춘, 의령 황새골 전통가주 탁주 등 지역 특성을 담은 다양한 막걸리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전문가들이 뽑은 막걸리 품평회와 애주가들이 뽑은 전국 유명 막걸리가 선정된다. 막걸리 축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이끄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주교방문화 활성화의 일환으로 교방 음식과 교방 술을 활용한 축제를 제안한 적이 있다. 이른바 ‘교방 막+전 축제’이다. 교방 술인 막걸리와 교방 음식인 전(煎)을 접목한 문화상품을 만들어 진주교방문화를 전국적으로 알리고자 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누룩 제조회사와 수곡 막걸리, 명석 막걸리, 지수 막걸리 등 진주 대표 막걸리를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음식에 문화를 입힌 ‘교방 막+전 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개념 막걸리 축제는 물론 지역경제활성화를 이끄는 새로운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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