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지방유학 시대
[천왕봉]지방유학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24.03.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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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국 최초의 조기 유학생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다. 12살 나이에 당나라로 떠나 장원 급제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 최견일은 아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17관등 중 여섯째 등급 밖에 못 올라가는 걸 아쉽게 여겨 조기유학을 보냈다. 신라 골품제 계급사회에서 진골, 성골 아니면 출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분상승 목적 유학이었다.

▶유학은 배움을 갈망하는 인간본능의 작동 때문이다. 신라에 이어 고려 때도 유학열풍이 불어 원나라 유학이 줄을 이었다. 근대초기에는 개화파의 중국유학이 대세였다가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일본·미국유학이 늘어났다. 해방 후에는 미국 영향력이 커져 미국유학생이 많았고 80년대 이후는 다양한 국가로 유학을 떠났다.

▶의대정원 확대 발표이후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만 2000명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방유학’ 시대가 열렸다. 의대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어릴 때부터 지방유학을 보내겠다는 움직임이 학원가를 휩쓸고 있어서다. ‘우리 아이도 의대 보내자’는 학부모의 신분상승 욕구가 작동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대립과는 달리 교육현장에서는 벌써 의대정원 확대는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진 분위기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지역으로 보내 의대 진학을 준비하게 하는 ‘지방유학’이 새로운 입시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료붕괴 해소를 위해 탄생한 정원 200명의 ‘매머드 지방의대’가 지방유학 시대를 열고 지역소멸의 대안이 될지도 지켜 볼일이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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