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22대 비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바람
[경일시론]22대 비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바람
  • 경남일보
  • 승인 2024.03.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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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딱 21일 남았다. 무능했던 21대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교체되는 기간이다. 4년 전 21대 총선이 끝난 후 비수도권 지역구 당선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었다. 21대 국회의 비수도권 의원들은 20대 처럼 못난 의원이 되어선 안 된다고. 그리고 4년 후에는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역할을 다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어 달라고 했었다. 21대 국회의 의원 구성비를 보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21명, 비수도권 132명, 비례 47명으로 구성됐었다. 비수도권에서 당선된 의원이 수도권 의원 보다 11명이나 더 많았다.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도 비수도권 의원들이 더 많이 포진됐다. 그래서 21대 국회는 의정 활동과 성과가 비수도권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4년 임기가 거의 끝난 21대 국회에서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했던 역할과 활동, 성과를 보면 실망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비수도권 의원들의 존재감이 아예 없었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완화하고,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비수도권의 피폐·열악화를 개선하는데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4년 전 보다 지금 수도권에 사람·돈·권력이 더 쏠린 상태다. 비수도권의 사람·돈·권한이 수도권으로 더 빠르게 빨려간 탓이다. 소멸하는 비수도권 도시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국토균형발전’을 강조했다. 대통령도,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 모두도 ‘수도권 집중 심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높았다. 하나 말만 했을 뿐 실행을 하지 않았다. 단적인 사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후에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퇴임할 때까지도 실행하지 않았다. 비수도권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고 우롱, 농락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질타하거나 항의, 실행할 것을 촉구하는 비수도권 의원은 여야를 불문하고 없었다.

그리고 21대 국회 후반기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약속했다. 22대 총선 전에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총선 이후로 미루더니, 이제는 내년 연기설을 솔솔 풍긴다.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비수도권을 우롱, 농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이를 항의하거나, 실행을 촉구했던 비수도권 의원은 없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21대 국회에서는 비수도권 의원들이 비수도권 발전에 몽니를 부렸다. ‘내 지역구에 오지 않으면 너의 지역구에 가서도 안 된다’는 못된 놀부 심보로 비수도권 발전에 발목을 잡은 비수도권 의원도 있었다. 심지어 수도권을 더 집중화시키는데 수도권 의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선 비수도권 의원까지도 있었다. 항공우주청 설립에 있어 몽니를 부린 대전권 의원부터 ‘메가시티 서울’을 주창한 울산권 한 의원까지. 비수도권 발전에 방해물이 된 비수도권 의원들이 21대에서는 수두룩했다. 비수도권이 철저하게 농락, 우롱 당했음에도 21대 비수도권 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고, 무기력했다. 큰 정치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차기 선거에서의 공천을 받기 위한 작은 정치에만 몰입했다. 이런 21대 비수도권 의원들 탓에 비수도권의 피폐·황폐화가 더 가속화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불균형이 더 심화됐으며, 결국에는 국가경쟁력이 더 추락한 결과를 가져왔다.

오는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새롭게 탄생한다. 22대 국회는 비수도권 132석, 수도권 122석, 비례 46석으로 구성된다. 비수도권 의원이 10명이나 더 많다. 이번에 당선되는 22대 비수도권 의원들은 21대가 범했던 어리석은 정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만큼은 비수도권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자. 이게 유권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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