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비판기사 쓰려면 칼 맞을 각오해야 하나?
[기자의 시각]비판기사 쓰려면 칼 맞을 각오해야 하나?
  • 정희성
  • 승인 2024.03.17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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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취재부
정희성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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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자에게 대놓고 협박을 하는 무서운 세상이 왔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14일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 했는데 식사자리에서 했던 황 수석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MBC는 황 수석이 여러 현안을 언급하다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해당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례는 이른바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이다. 해당 사건을 검색해 보니 내용은 이렇다. 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8년 8월 6일 당시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로 추후 중앙일보와 통합)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가 아파트 인근에서 괴한 3명으로부터 회칼로 보이는 흉기로 허벅지를 20㎝ 가량 찔리고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88서울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언론인이 흉기 피습을 당한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당시 야당과 언론 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사건을 규탄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경찰 수사 결과 괴한은 다름 아닌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었다. 오 부장은 1988년 8월호 ‘월간중앙’에 ‘오홍근이 본 사회-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 내용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군인 출신인 노태우 정부에게 이 칼럼이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

이 글을 본 정보사 예하부대장인 A준장이 부하인 B소령에게 지시했고 B소령은 정보사 요원 4명에게 ‘죽이지는 말고 혼만 내주라’고 지시했다고 당시 언론은 보도했다. 황 수석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쓰고 했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MBC기자가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고 질문하자 농담이라는 말과 함께 ‘정보보고 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한 언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의 품에 안긴 언론인들은 늘 어느 정도 자신의 과거 동료들을 회유하고 겁박하는 역할들을 해왔지만 황상무 수석은 그 수준이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야 모두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있다. 황 수석의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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