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출신 美 입양인, 46년 만에 가족 찾았다
진주 출신 美 입양인, 46년 만에 가족 찾았다
  • 백지영
  • 승인 2024.03.14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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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찾기 나선지 25년 만의 성과
내달 입국해 가족·자매 상봉 예정

속보=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입양돼 산부인과 의사로 성장한 진주 출신 여성이 25년간 애타게 찾아 헤맨 친가족을 극적으로 찾아 감동을 준다.(경남일보 2020년 11월 4일 1면, 2024년 1월 22일 5면 보도)

14일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만다 페스(사진·한국명 강금주·46) 씨는 지난달 22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주 등에 거주하는 자신의 친가족을 찾았다.

사만다 페스 씨는 1978년 9월 5일 진주 맹조산소에서 태어나 이듬해 2월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이다. 아이를 낳은 직후 그의 모친이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며 조산소를 떠나자 위탁 가정, 복지 기관 등을 거쳐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됐다.  

페스 씨는 대학생 시절인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에서 한국 전시관을 관람한 것을 계기로 자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입양 단체를 통해 수없이 가족 찾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허사로 끝났다. 

대학 졸업 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게 된 그는 매일 임산부를 진찰하고 출산을 도우며, 또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며 친가족을 향한 갈증을 키워갔다. 

지난 2020년에는 아동권리보장원의 도움으로 그의 사연이 본보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가족인 것 같다’는 이들이 여럿 나타났지만, 유전자 불일치로 낙담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 찾기는 계속됐고, 지난 1월 운명 같은 소식을 접했다.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통해 사연을 접한 강씨 친언니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와 판박이인 사진 등을 발견한 것. 

사연과 사진을 통해 가족임을 확신한 페스 씨의 친남매들은 본보와 아동권리보장원 등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본보로 연락해 온 그의 첫째 언니 A(60대·진주)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제 동생이 확실한 것 같다”며 “왜 2020년에 이 기사를 빨리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해했다. 

이후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페스 씨와 한국 가족들의 혈연관계가 확인됐다.  

당시 페스 씨 친부모는 딸만 7명을 연이어 낳자 7번째 딸인 페스 씨를 입양 보내고 이후 다시 딸 2명을 더 낳았는데, 현재 그의 친부모와 자매 대부분 진주에서 거주하고 있다. 

A씨는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구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주고받은 사진을 통해 가족임을 직감했다”면서도 “동생이 과거 가족 찾기에 실패한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1달 정도는 통화를 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연락만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화상 통화도 하고 가족 단체 대화방에도 초대하는 등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 사연이 가족 찾기에 나선 다른 입양아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가 나온 후 화상 통화로 페스 씨와 통화한 그의 부친이 “우리가 정말 잘못했다”며 미안함을 전하자, 페스 씨는 “그런 말씀 하시지 마라. 사정이 있어서 그랬던 만큼 용서를 구할 일이 아니다”고 감싸안았다. 

현재 페스 씨는 영어에 능통한 언니의 통·번역을 통해 다른 가족들과 소통하는 상태로, 보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오는 4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친부모와 자매들을 상봉할 예정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사만다 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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