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지역균형·인구정책연구팀장
연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위기,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인구늘리기 대책 수립에 관한 이슈가 거론되고 있다. 인구감소는 선진국형 국가 대부분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큰 위기로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감소 속도가 전례 없이 빠르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근 해외언론 등에서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현상 및 원인 등에 대해 다루면서 여성과 청년의 필요에 더 집중해야 한다거나 한국사회의 우울증에 대해 유교와 자본주의의 단점 극대화를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인구감소에 대한 이슈는 관계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이유와 의견을 말하기 쉽지만 그 해결방안은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어쩌면 답을 찾았더라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인구감소의 직접적 원인인 저출산은 낮은 혼인율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낮은 혼인율은 가정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경제적, 육체적 부담 때문이다. 또한 자기계발 등과 같이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자 하는 개인의식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을 형성한다거나 부모가 되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에 대한 부담만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가족을 형성하고 꾸려나가는 데에 필요한 조건과 부담이 많고 크기 때문이다.
정주 인구를 위해 결혼과 출산, 양육 등 경제적,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적 노력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에 대한 지원이지 결정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사적인 결정 영역에 대한 지원만으로 인구 증가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은 불가능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들에 영향을 미치는 의식은 사회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니 좋은 삶의 터전이 되거나 여가를 위해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드는 일과 함께 뻔하지만 어려운 일, 인구늘리기 뿐 아니라 가족만들기를 위한 의식의 변화를 위한 공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에게 있어 사는 지역은 아마도 대부분 일자리로 결정된다. 일자리를 1순위로 두고 그외 여건들을 고려할 것이다. 일자리의 유형과 양을 늘리고 질을 개선하고, 다른 여건들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고, 볼거리와 먹거리의 가성비를 높이는 등 지역별로 필요한 노력들은 사실 엇비슷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단기간 경쟁적 노력도 불가피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공공의 역할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화려한 인프라와 정책이 있어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 유행이 지나면 텅 빈 지역, 변화할 자원조차 없는 지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결혼과 출산, 양육 지원을 넘어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자유롭고 안정적인 가족생활이 가능한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정부를 비롯한 공공의 영역에서 힘써야 한다. 지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