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커피의 미학
[경일춘추]커피의 미학
  • 경남일보
  • 승인 2024.03.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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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영 창신대 교수
안소영 창신대 교수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먹음직스런 커피사진이 들어간 봉지를 잘라서 종이컵에 넣는다. 그리고 적당한 양의 물을 붓는다. 작은 숟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젓는다. 그때 나는 향기가 참 좋다. 편안하다.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또 다른 커피는 비행기에서의 커피다. 하늘 위에서 창밖의 구름을 보면서 마시는 커피이다.

볶은 지 며칠 되지 않는 커피원두 30그램을 커피분쇄기에 넣어서 갈아보자. 그때의 커피향은 또 다른 신세계로 나를 이끈다. 곱게 간 커피가루를 깔때기처럼 생긴 것에 거름종이를 깔고 그 위에 넣고 물로 한번 적신 후 붓는다. 한 줄기의 뜨거운 물이 커피가루에 떨어지면 갑자기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놀란 커피처럼, 그 커피빵이 무너지지 않게 물 붓기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가, 정해진 양의 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부으면 커피가루는 진한 커피로 변해있다. 진한 커피에 적당한 물을 타서 내가 좋아하는 농도의 커피를 도자기로 된 잔에 붓고, 받침을 받치면 한 잔의 커피가 예술이 된다. 커피의 미학이다.

미학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의 논리적이고 객관적 지식체계라면, 커피와 미학은 따로 떼어 놓아도 긴밀한 상호보완의 관계를 이룬다. 커피를 통해 미학을 충족시킬 수도 있고, 미학은 커피의 아름다움에서 객관적인 설명과 구체적 가치를 창출해 낸다.

커피 열매는 불을 만나기 전과 후가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단단한 푸른빛의 씨앗이 불을 만나 색깔과 성분, 성질이 변한다. 단순한 화학적 변화가 아니라 향기의 아름다움과 맛의 신비로움으로 미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커피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풍요로움은 아침 식사 후 30분 후에 더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코르티졸 다음 역할을 수행하는 카페인과의 적절한 임무 교대이다.

커피의 미학 뒤에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환경과 위생이다. 종이컵에 80도의 뜨거운 물이 담겨도 물이 새지 않는 것은 종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과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

또 커피용법도 생각해야 할 때다. 1년에 커피 소비량이 평균 360잔이 넘는 커피민족으로 인식되고 있다. 빈속에 위를 부담스럽게 하지 말고, 너무 많이 마셔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과 너무 탄 커피원두로 인한 벤조피렌, 아크릴 아마이드도 신경 써야 한다.

커피의 미학은 머리와 감각 그리고 환경과 함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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