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통합병동
[경일춘추]통합병동
  • 경남일보
  • 승인 2024.03.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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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수필가
김유진 수필가
김유진 수필가

 

생로병사를 비켜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얼마 전 서울 모 대학 병원 입원실에 신세를 지는 일이 있었다. 가족이 각자 직장에 충실한 탓에 보호자로 있어 줄 큰아이가 휴가를 내어 오겠다는 전갈이 왔다. 그 병원은 작은아이가 근무하는 근무처이기도 했다. 마침 수술 하루 전에 보호자가 필요 없는 통합병실에 입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6~7년 전 도시마다 시범적으로 보호자가 필요 없는 병원을 운영한다는 뉴스를 시청한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이구나. 큰아이에게 휴가를 내지 말고 주말에 오라는 전갈을 보냈다. 수술 당일 날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눈을 뜨니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작은아이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간호사의 도움으로 곧바로 입원실로 이동했다. 5인실 병실은 너무나 쾌적하고 조용해서 환자들이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보통 환자가 5명이면 보호자도 5명, 거기다 면회 오는 사람까지 있으면 병실이 어수선해 수술 끝난 환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이 일반병실이다. 그러나 통합병실은 비싼 간병비 걱정을 덜어주고 전문 간호사가 간병을 해 주기 때문에 한층 더 신뢰감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

통합병실은 주로 간호사가 상주한다. 환자는 불편함이나 부탁할 일이 생기면 각자 침대 머리맡에 준비된 벨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간호사가 와서 도와주었다. 커튼으로 가린 내 옆자리 환자는 시간마다 간호사를 불렀다. 그때마다 친절하게 간병을 해 주는 간호사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환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다. 첫날은 수술 통증으로 옆자리 환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내 귓전에 들리는 옆자리 환자의 소리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환자의 벨소리에 내 귀가 커튼을 열고 있었다. 나지막하고 여린 목소리로 ‘기저귀요’ 하고 한 마디만 하면 백의의 천사가 다 해결해 주었다. 어쩌다 좀 늦게 올 때는 바빠서 좀 늦었다며 미안해하는 천사와 환자가 소곤대는 얇은 커튼 속 세상은 나를 감동하게 했다.

이 시대가 바라는 병원 입원실이 통합병동이다. 요즘은 환자가 입원하면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보호자가 많다. 만만치 않은 간병비와 훌륭한 간병인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합리적인 대안이 통합병동입원실이다. 의료의 질은 높아지고 보호자의 부담은 줄여주는 통합병동제도가 전국 병원에 확대돼 환자와 보호자, 병원이 모두가 윈윈 하는 병원천국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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