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민심과 동떨어진 오만은 패배의 지름길
[경일시론]민심과 동떨어진 오만은 패배의 지름길
  • 경남일보
  • 승인 2024.03.04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민주주의 꽃인 4·10 총선의 첫 단추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인 공천 꼴이 참으로 딱하다. ‘밀실, 비선, 횡재, 횡사, 사천, 유령여론조사, 피로, 사천, 학살’ 등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공천으로 총선판도 전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쇄신도, 감동도 없는 여야의 ‘밥그릇 공천’이 볼썽사납다. 선거는 승부라 웃는 자, 우는 자가 있고, 언제든 천변만화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변치 않는 진실은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된다. 1·2위의 결선투표가 없어 단 1표 차로 갈라지는 당선, 낙선의 거리는 ‘천국과 지옥’만큼 멀다. 186가지의 특혜를 누리는 ‘당선 천국, 낙선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뭐라도 ‘하늘이 두 쪽 나도’ 진검승부에서 이겨야 한다. ‘당선은 살고, 낙선은 죽는 것’과 같아, 당선은 ‘자리, 금전의 특혜 보상이 따르고 낙선되면 바로 실업자’가 된다.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선거 행태가 민망할 정도로 저질로 흐르고 있다. ‘정책대결’의 선진적 본질은 실종, ‘상대방 흠집 내기 올림픽’처럼 추락하는 모습이다. 사소한 사생활까지 망라, 경쟁자의 약점만을 들춰내고, 꼬투리와 빌미를 잡아내면 침소봉대하여 떠든다. 없는 사실까지 지어내며 공격 소재로 삼는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놓치지 않고 악의적으로 분석, 민심을 들쑤셔서 상대방이 과반 이상 승리하면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이 떠들어댄다. 천박한 트집 잡기 격투장이 돼가면서 살벌한 전쟁터와 다름없다.

여야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 선택이다. 유권자의 지지는 후보, 정당 두 가지를 선택, 평가한다. 집권 세력이 ‘잘한다고 판단’하면 선택하고, 그렇지 않다면 야당으로 넘어간다. ‘야당이 대안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느냐’를 평가한다. 야당이 선택받으려면 대안의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집권 세력이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야당이 무능해 보이면 이길 수 없다.

총선은 출범 3년 차인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평가와 동시에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야당에 대한 평가 의미가 병존한다. 여야 모두 냉엄한 시험대에 오른다. 대통령 리더십, 야당 대표 사법리스크, 제3지대 정당 역할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선거가 지나치게 살벌해졌다. 선동, 거짓, 저주, 조롱이 멈추질 않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고 백날 싸우고, 국민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시늉이라도 했던 대화, 타협, 통합, 협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정치가 됐다. 일단 먼저 죽이고 보자는 목불인견의 살기가 도처에 넘쳐난다.

현 상태라면 ‘공천 야바위 시비’로 총선이 내전 상태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국정안정에 필요한 의회권력 탈환과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여소야대’의 한계를 극복,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게 목표다. 민주당은 정권탈환의 기반 마련과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과 이재명 대표 체제 강화를 통한 정권교체 프레임을 공고히 하겠다는 게 궁극의 지향점이다. 선거전이 혼탁해질수록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후보 자질, 공약 검증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신물 나는 ‘양당 충돌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할 것인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숙은커녕 ‘징역형 범죄자의 방탄 출마’ 등의 고질병을 고쳐낼 방안이 시급하다. 저질 정치를 해온 제21대 국회의원의 대폭 물갈이도 절실하다.

‘민심은 천심이고, 군주민수(君舟民水)’라 국민은 항상 옳다. 막바지의 돌발 변수는 선택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접전 지역의 승패를 좌우한다. ‘숨은 표’인 유권자가 바로 이들이다. 저출산, 지방 소멸, 경제, 안보위기 등의 상황에서 약화되는 국가경쟁력 회복이 요구된다. 총선은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누가 더 나라를 많이 살리느냐를 가리는 승부다. 말 그대로 ‘죽음의 정치’가 판을 치는 것을 살려내는 건 결국 국민뿐이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고달픈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게 본질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오만은 패배의 지름길이란 점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