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산불지 2차 재해가 더 위험하다
[경일포럼]산불지 2차 재해가 더 위험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3.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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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봄이 점점 다가오는 시기 비와 눈이 많이 내린다. 덕분에 봄철 산불이 적어 산림 당국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산불이 대형화했던 동해안 지역은 최대 70㎝까지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동해안 지역도 봄철 산불이 물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 강원도 동해의 경우 2월 23일 기준 강우량은 129.1㎜로 2월 연평균(1991~2020) 강우량 44.0㎜보다 3배에 이르고, 이 지역의 최근 30년(1991~2020)간 연평균 강우량 1264.3㎜의 10%이었다. 강릉도 올해 2월 강우량이 148.5㎜이며, 2월 연평균(1991~2020) 강우량은 48.0㎜로 같은 기간 연평균 강우량이 1444.9㎜로 강우량의 약 10%에 달한다. 이것을 보아도 강우량이 증가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강우가 봄철에 발생하는 동결융해침식에는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도 강원도에서는 산불이 심했었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숲은 경관적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잦은 비와 강수량의 증가로 산사태나 땅밀림에 취약해진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의 증가는 예삿일이 아니고, 또 봄철 강우량이 증가하면, 이제껏 산불지의 얼었던 토양이 녹으면서 산사태 및 땅밀림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산불은 줄지만, 산사태 및 땅밀림 등 산지 재해는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산불 지역에서는 산사태나 땅밀림에 더 취약하게 되고, 또 겨울을 지나고 난 뒤의 동결융해침식으로 붕괴 발생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산불의 1차 재해로부터 산사태, 땅밀림, 동결융해침식 등 2차 재해 발생이 가중된다. 이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불지에서의 산지 재해 발생 가능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져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방법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필자가 연구한 바로는, 동해안 산불지는 주로 구릉지가 많고, 또 이러한 구릉지는 도로변이나 가옥과 인근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 땅밀림이 발생한 곳들이 많고, 강우량이 증가하면 동결융해침식과 아울러 땅밀림이나 산사태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는 전 영역에서 연구·개발비를 삭감했다. 더구나 해마다 산림청에서 지정과제 및 자유공모과제로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올해는 자유공모과제는 전부 없애고, 지정과제도 11개 과제 모두 산불에 관한 연구로 집중화했다. 문제는 산불지의 산사태 및 땅밀림 재해 발생지에 대한 조사 및 대책 수립에 관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봄철이 다가오는 시기 산불에 취약하고 또 자주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동해안 강우량이 증가하는데 말이다.

지난 1월 31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024년 공공기관 지정안’이 심의 의결됨에 따라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치산기술협회가 기타 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됐다. 한국치산기술협회는 그동안 산사태, 토석류 예방사업과 관련된 조사, 평가, 진단, 사방기술의 교육과 지원, 국제 기술 교류 등을 추진한 치산분야 전문기관이고, 이러한 일들에 많은 실적을 달성했다. 더구나 산불과 관련해서는 산불협회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기타 공공기관과 산불협회가 주목해야 할 곳이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동해안 산불지이고, 그곳의 산사태, 땅밀림 재해 예방 및 사전 복구 등 대책 수립이다. 더구나 봄철 강우량의 증가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함에 따라 발생하는 땅밀림은 이미 가옥 근처의 구릉지에서 발생하고 있기에 땅밀림이나 산사태 등 노하우가 있는 전문연구진과의 협업으로 이들 지역을 조사하고, 그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시급한 문제다. 물론 서부 경남지역에도 산불로 인해 불탄 곳이 많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지 재해도 문제다. 더구나 올해는 비가 더 많이 내릴 거란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산사태와 땅밀림, 봄철 동결융해침식 등 산지 재해가 더 발생한다는 우려는 당연하다. 더구나 산불지의 2차 재해는 이미 가옥과 연접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또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에 필자의 연구 결과 그에 대한 대책을 산림 당국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산불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 뒤에 숨어 있는 산불발생지의 2차 재해가 더 무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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