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가 안착하려면
[기고]‘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가 안착하려면
  • 경남일보
  • 승인 2024.02.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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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육부는 지난 1월 24일 ‘2024년 교육부 주요정책 추진계획’ 내용 중 전직 경찰수사관 또는 퇴직 교원에게 학교폭력 조사를 맡기는 ‘학교폭력 사안조사 전담조사관제 도입’을 발표했다.

올 3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3월, 교육부가 가해 학생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한 지 10개월 만이자,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0월 6일 20명의 교원 간담회를 개최한 지 석 달만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2004년 1월 29일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학교폭력 사안 조사가 교원이 아닌 외부로 이관되게 된다. 즉 학교폭력 사안 조사 및 처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교직 사회의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다. 교총이 지난 11월 1일 발표한 교원 설문조사 결과 대통령이 교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심각한 학교폭력은 경찰이 담당하는 것을 고려하고 학교전담경찰관 확대를 언급’한 것에 대해 92.1%가 찬성을 한 바도 있다.

많은 교원은 기피 ‘0 순위’가 될 만큼 어렵고 힘든 학교폭력 업무와 부담을 덜고 학교가 교육적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2022학년도 기준으로 총 6만2053건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다. 사안의 조사 및 처리 과정에서의 업무부담과 민원, 나아가 민·형사상 소송까지 제기되는 등 학교와 교원의 어려움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특히 학교폭력의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학원, 놀이터, 여행지 등 학교 밖까지도 수사권도 없는 교사가 사안 조사와 처리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따라서 학교폭력 사안 조사의 이관을 통해 교원은 예방교육과 가·피해 학생 관계 회복, 가해 학생 선도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비판도 존재한다. 교육적 해법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과 조사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이다. 학교폭력 사안은 무엇보다 상호 신뢰(rappot)가 중요한 데 교사가 아닌 처음 보는 전직 수사관에게 신뢰가 생기기 어렵고 교육적 해법 모색보다는 처벌 위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공무원도 아닌 위촉직 조사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 학교폭력 사안이 6만 건이 넘는데 2700명으로 가능하냐는 우려도 있다. 충분히 지적할 만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올해 3월부터 제도가 시행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학폭법시행령 등 관련 법령과 매뉴얼 개정이 시급하다. 학교폭력은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조사관의 권한과 책임, 방법을 정함에 있어 명확한 근거와 절차가 법령에 근거해야 한다. 내년 새 학기부터 시행하려면 관련 법령과 학교폭력 사안 처리가이드북의 조속히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예산과 인력의 확보다. 지역교육청별로 15명 내외 총 2700명을 선발, 배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많은 예산이 수반되고 제도 목적에 부합할만한 인원을 뽑는 것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학생수와 학교폭력 발생건수에 따라 선발인원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도교육청마다 차이가 있지만 건당 최저 15만∼20만 수준 이어서 전문성과 책임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충분한 수당지급을 위한 예산 마련과 적합한 인력 확보는 제도 성패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셋째, 조사관의 책임성과 전문성 담보다. 학교폭력 사안의 엄중성, 민원과 행정심판, 민·형사상 소송제가 가능성을 생각할 때 수사권을 가진 경찰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닌 위촉직 민간조사관이 조사와 처리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다할 수 있을지에 의한 우려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밝혔듯이 충분한 연수와 준비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조사관의 역할 미비로 민원이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면 제도는 안착하기 어렵다.

넷째, 학교폭력의 정의 축소, 조사관 제도의 효과성 검증을 거쳐 궁극적으로 학교폭력의 경찰 이관 등 학교폭력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조사관의 처우와 지위를 보장하고, 학생·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할 경우 조사관을 보호할 방안 등을 정비해야 한다.

이에 학교폭력에 대한 현장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과 폭넓은 토론을 통해 운영상 시행착오를 줄이고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안착을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잘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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