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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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2.0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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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남명 선생도 시인이었다, 등불 곁에 있었던 사람들(1)
-고 김충열 교수와 조옥환 사장과 그 주변
진주와 산청, 합천, 김해 그리고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남명 조식(1501-1572)과 남명사상은 오늘날 널리 알려져 있고 그 정신을 실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보편화된 이름이 남명이고 보편화된 정신이 남명정신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그 홍보에 있어 때로는 행사로 때로는 사업으로 이끌고 나온 눈물겨운 선각의 발자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남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남명의 한시(漢詩, 198수) 중에서 출중한 작품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남명은 도학자로서 시를 장려하지 않았지만 주요작품들 중에서는 특히 그 구성이나 주제면에서 탁월한 「제덕산계정(題德山溪亭)」이 손꼽힌다. 이 작품은 선생이 살았던 집 ‘산천재’의 네 기둥에 붙인 주련시로 보인다.

남명의 시에 대해 연구한 논문은 경상국립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 『경남문화연구』 제11집 ‘남명학 국제학술회의 특집호’(1988)에 실린 허권수 교수의 「남명시에 나타난 구세정신」이 있다. 「제덕산계정」 부분을 옮긴다.

“請看千石鍾/ 非大구無聲/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보게나! 천석들이 종을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네. 어쩌면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게 될까?)

이 번역을 두고 신경득 교수는 의역으로 “아 보아라 저 천석들이 종을/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네/ (아) 어찌하면 우리도 저 지리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로 읽었다.

필자는 1988년 당시 경남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국제학술회의를 국내 처음으로 주관할 때 이 논문을 눈여겨 읽었다. 그런 뒤 지리산 문학을 테마로 한국문협 세미나를 할 때 이 시가 있어서 필자의 발표가 눈에 들어왔디고 한 문인들이 더러 있었다. 현대문학 논의의 자리에 과감히 남명의 시를 인용한 것이었다. 그 때 지리산을 노래한 현대시 알부가 소개되었지만 남명선생의 시작품이 우뚝했다. 기억하건대 경남문화연구소가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할 때 남명학연구원과 조옥환 사장의 절대적인 지원과 협조가 방대한 국제 연구발표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 허교수의 논의를 들어볼까 한다.

“여기서 천석종은 남명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선비이고 또 궁극적으로는 남명 자신일 수도 있다. 기상이 범상치 않고 포부가 원대하며 온축이 많은 선비이다. 워낙 큰 그릇이기 때문에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다. 관직, 이익, 여색 등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오직 정정당당한 요청에만 응한다. 벼슬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아무리 불러도 나가지 않지만, 벼슬할 만한 때에 포부를 펼치기 위하여 국가와 백성에게 이익을 끼칠 수 있는 학문을 계속 쌓아 위대한 공적을 끼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류산은 곧 지리산이다. 만고에 묵묵히 솟아 있다.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저 지리산처럼 하늘이 울 정도의 큰 변란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그런 지조를 갖출까 하는 것이 남명의 염원이었다.”

필자가 남명에 대해 각별한 관심에 다시 놓이게 된 것은 오로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전집 출간 소식 때문이었다. 『중천김충열전집』이 출간되고 덕산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는 뒤늦은 보도를 보고 “아. 가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떠올라 모처럼 부산교통 회사 사장실을 방문한 것이다. 조옥환 사장은 국제학술회의 이후 남명 관련 문학행사가 있을 때면 필자는 언제나 논의 드리고 지원을 받아왔다. 김충열 교수 전집 출간을 뒤늦게 알고 달려왔다고 하자 관련 연구원에 연락하여 무거운 15권 한 질을 챙겨 주셨다. 책을 받아 안은 것이 아니라 한국 남명학을 받아 안은 듯이 무겁고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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