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이번 달부터 봄 산불 조심 기간이 시작됐다. 사소한 부주의로 일어난 산불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산림자원뿐 아니라 다양한 산림의 공익적기능을 발휘하는 숲을 한꺼번에 재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산불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시기다. 혹자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눈비가 많이 내려 산불이 덜 발생할 거라고들 한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2월 강수량은 약 26.5㎜였으나, 지난해 12월 강수량은 102.9㎜로 약 4배 많았다. 산불이 많았던 강원도 지방의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2월 강수량은 약 23.8㎜였으나, 2023년 12월 강수량은 약 138.9㎜로 같은 기간 약 5.8배 많았다. 또 2024년 1월 강수량은 우리나라의 1월 연평균 강수량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산불이 덜 발생할 거기 때문에 산불 경계와 방어에 안심해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내린 비는 증발하거나 증산된다. 더 위험한 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기후다.
특히 봄은 낮았던 겨울 온도가 풀리고 사람들이 산으로 숲으로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시기다. 새 움이 트면 시골에서는봄 경작을 위해 겨우내 시들었던 풀이나 낙엽을 손쉽게 태우려 하게 된다. 그때 아주 사소한 부주의가 발생하고, 이러한 부주의로 인한 산불은 광대한 숲을 태우는 원인이 된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심각한 산불로 번지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왔다. 그뿐인가. 산내들로 나들이 가는 사람들의 사소한 불단속 미비도 산불의 큰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숲 구조는 산불에 취약하다. 우리 국민이 소나무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숲은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 위주이고, 산불에 강한 참나무류 등 활엽수 구조는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다. 주변 숲이 불쏘시개인데, 거기에 아주 작은 불꽃만 날아와도 대형산불로 변질할 우려가 큰 것이 우리나라 숲의 구조이다. 산림 당국이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하고, 산불 임도를 개설한다고 해도, 국민이 산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의하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은 공염불에 불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논·밭두렁, 낙엽 태우기나 밭을 갈기 위한 그 어떠한 불놓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산불의 원인을 제거해야 불이 나지 않는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조심해서 잘 태우면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 불의 원인이 되는 불의 싹을 자르는 것. 또 산불감시원이 수시로 감시한다고 하더라도 산불 예방 교육을 수시로, 마을 단위로,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그에 들어가는 예산은 산불 발생 시 투입되는 예산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 산림 담당 부서에 산불 예방 교육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 이들이 담당 지자체의 마을을 돌면서라도 산불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자원이 없다면 이들부터 만드는 예산을 책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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