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새해에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경일시론]새해에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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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출산율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5만명, 1971년 정점을 찍은 102만여명과 비교하면 50년 만에 출생아 수가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0.70)도 역대 최저치인 동시에 전세계 19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저출산의 정도와 속도가 너무 크고 빠르다.

왜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고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고 있을까. 고용시장의 불확실성, 비싼 주거비용, 낮은 계층 이동성, 지나친 경쟁 사회. 막대한 육아비용, 사회안전망의 부족 등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메시지는 젊은이들이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그리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역시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두 지표 모두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달고 있다.

그동안 많은 출산 장려정책을 펴왔지만 정부는 왜 저출산을 막는데 실패하고 있을까. 그것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치는 젊은이들에게 지금도 살기 힘든데 나이 들어서도 힘들거라고 말한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낳으면 나도 아이도 모두 더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야마다 마사히로도 ‘일본의 출산정책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책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평균 이하로 낙오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출산은 투자행위의 하나다. 출산은 가장 숭고하지만 장기적이고 불확실하며 고비용을 수반하고 무한책임이 따르는 고위험의 불가역적 투자행위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그에 맞는 ‘기대수익’을 제공하고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출산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긍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를 준다. 내수시장, 국방, 복지 문제 등과 같은 명시적인 순기능 이외에도 출산은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생동감, 역동성 등 측정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문제는 출산의 혜택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리면서 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위험은 개인이 부담하라고 하는 점이다. 더구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용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정부가 현재 펴고 있는 ‘출산장려 지원정책’도 막대한 출산 및 육아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출산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가에 달려 있다.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지향적 혁신정책(mission-oriented innovation policy)의 틀로 해결해야 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더욱 강력한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고용시장, 저렴한 주거비용, 역동적인 계층 이동성,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꾸는 더욱 안정적이고 안전한 미래 사회의 모습이지만 어느 것 하나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출산이 가져다 주는 유무형의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더욱더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수용해야 한다. 출산은 의무가 아니다. 출산과 육아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위해 꼭 누리고 싶은 특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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