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대석]강덕제 진주문화상품연구소장
[문화 초대석]강덕제 진주문화상품연구소장
  • 백지영
  • 승인 2024.01.23 19: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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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체성 녹여낸 문화상품 개발하고 싶어”
지난해 9월 진주에는 의미 있는 단체 하나가 발족했다. 이름하여 진주문화상품연구소,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진주의 유무형 문화 상품을 연구하는 곳이다.

특이한 점은 지자체나 공공기관, 대학, 사기업 등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연구소를 꾸렸다는 점이다. 진주문화상품연구소는 지난 2020년 진주 문화유산의 발굴·보전·전승을 위해 출범한 비영리 시민단체, 진주문화유산원 산하 연구소다. 지역에 제대로 된 문화 상품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품고 있던 각계각층 인사 30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공식 출범 5개월에 접어든 신생 단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역에 대한 고민과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상당히 묵직하다.

월급 한 푼 없이 회원들 회비를 모아 운영하는 쉽지 않은 형편이지만, 뒤집어 풀어보면 각자의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투자할 만큼 구성원들의 의지가 뚜렷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2일 연구소를 이끄는 강덕제(53) 진주문화상품연구소장을 만났다.

◇내 돈 내고 봉사하는 소장직=진주 출신의 강 소장은 대학 진학과 함께 상경해 관광 개발을 전공했던 인물로, 수도권 대학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2021년 고향 진주로 내려왔다.

강 소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주를 이뤘던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모친 간병을 위해 내려왔다”며 “진주에 머물며 경상국립대에서 문화융복합 대학원 수업을 듣게 됐는데 이걸 계기로 대학과 인연도 맺게 됐다”고 했다.

문화융복합 강의를 나가게 되고, 김장하 선생의 남성문화재단에 이어 대학에 뿌리를 내리게 된 진주학연구센터 특별 연구원으로서도 근무하게 됐다.

이러한 본업과 함께 소장직 ‘무급 봉사’를 병행하게 된 건 지역에서 마주한 아쉬움과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가능성 때문이었다.

“과거 전국 다양한 지역에서 관광 개발 관련 교육을 수없이 진행했어요. 수도권에서는 공무원들이 ‘이거 하나 바꾸면 우리 동네가 어떻게 바뀌고 좋아질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구실에도 찾아오고 수시로 전화로 질문도 했는데, 경남 서부지역은 전혀 달랐어요. 과제를 따오는 데 치중하는 느낌이었죠. 공모에 붙어놓고 실행 조직이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까지 봤습니다. 지자체나 대학 등이 나서서 지역 문제를 고민해 줘야 하는데, 민간보다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민간 단체가 나서서 지역 문화상품 개발을 고민하기에 나도 힘을 보태야겠다 싶었다.

◇유·무형 상품 통해 예술인에 기회를=연구소가 얘기하는 문화상품은 유형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고유 자산을 바탕으로 그 정체성을 녹여낸 무형의 상품 역시 중요하다고 봤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시범적으로 추진한 ‘풍류차회’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진주시와 다도 애호가들은 큰 자부심이 있지만, 정작 일반인 대다수는 알지 못하는 ‘차 문화 수도 진주’를 홍보하기 위한 행사다.

진주형 공모사업을 통해 죽향차문화원과 공동 기획으로 진주성 촉성루, 가좌동 볼레로 야외 공연장, 진주 향교 등 지역 곳곳에서 풍류차회에 나섰다. 단순히 차만 마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성스러운 다과를 준비하고 지역 예술인들과 손잡아 국악·시조·무용 등 다양한 공연도 곁들여 선비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강 소장은 “한 외국인 참가자가 ‘진주성에서 촉석루 보는 것 외에는 뭘 해야 하나 싶었는데 1시간 체험을 한 게 참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남겼다”며 “관광지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체험 요소가 문화상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행사를 발전시켜 지역 내 여러 차회들과 손잡고, 매년 혹한기·혹서기를 제외한 7개월 정도 다양한 차회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예술인들이 좀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상설 공연을 활성화해 지역의 무형 문화 상품으로 성장시키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유형 상품 개발에도 여러 방면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주지역에 발달한 목공예를 상품화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색을 물씬 품은 기념품을 만드는 일 등이다. 실제 이날 방문한 연구소에는 논개의 치맛자락에 빛이 들어와 은은한 보랏빛을 뿜어내는 상품부터, 진주의 색이 은은하게 녹아있는 반지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연구소에 소속된 지역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이다.

◇지역민·기관과 동행을 꿈꾸다=“유형이든 무형이든 사실 판로 개척이 가장 관건이데요. 먼저 지역민들이 이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지역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내방객 등을 위한 각종 기념품으로 이런 진주문화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겁니다. 이걸 후원의 방식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공공기관이 후원하면, 그 금액에 해당하는 작가들의 문화상품들을 제공하고, 이 상품들을 기관은 방문객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거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역민과 함께하는 것이다. 유무형 문화 상품 개발을 통해 지역 작가들이 활동 반경을 넓혀 생존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렇게 지역을 튼튼하게 만드려는 일에 지역민들이 동참해 함께 사회적 자본을 일궈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강 소장은 “올해부터는 정기 후원금 제도를 신설하고 기부금 처리가 가능하게 해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연구소로 거듭나 보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더 많은 문화 예술인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강덕제 진주문화상품연구소장이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하려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 등 진주의 색채가 묻어있는 문화상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백지영기자
강덕제 진주문화상품연구소장이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하려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 등 진주의 색채가 묻어있는 문화상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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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관 2024-01-24 11:22:37
진주성에서 촉석루 말고 뭐가 더 있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연구소가 많은 문화상품을 만들어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자주 놀러 가고 싶은 진주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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