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109) 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공광규)
강재남의 포엠산책(109) 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공광규)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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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에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는 것은

일부러 하느님이 그렇게 계절을 가져다 놓은 것일 거야

사람들이 좀 추워하면서 반성하면서 긴장하면서

눈처럼 부드럽고 시련을 견디고 살얼음판도 좀 걸어보라고

무엇보다 따뜻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른 사람의 난로가 되어주는 사람인가를 시험하려는

하느님의 참으로 오래고 오랜 계획일 거야

추울 때 모든 것이 얼어붙었을 때 그 사람을 보려는 것이지

겨울에도 눈꽃을 피우는 나무의 의지를 보여주고

얼음장 밑에서 키가 크고 버티는 물고기와 수초도 보여주고

일만 하지 말고 잠깐 멈추어 삶의 연장을 수리하라는 것이겠지

성장만 하지 말고 이불 속에 움츠려 꿈도 꿔보라는 명령이겠지

사람들이 함부로 헌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까 염려가 되어

하느님은 겨울에 한 해를 바꾸는 것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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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주변에 따뜻한 마음 잘 전했나요? 며칠 불어닥친 한파로 몸과 마음이 다 얼진 않았나요? 다행히 새로운 해를 맞은 아침엔 날이 온화했어요. 아직 짱짱한 겨울이지만 그런 사이에서 만나는 햇살이 귀하단 걸 새삼 느껴요. 힘듦 속에 찾아오는 이런 날들이 있어 감사해요. 그러면서 새해 안부 여쭙습니다. 햇살 포근한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겨울이 낯설어서 좋군요. 낯선 것은 뭔가 또 다른 일을 해야겠고 내일을 꿈꾸는 설렘을 가지게 해요. 그 길에서 나도 한껏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존재 이유가 있을 거예요. 하필 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가 말하는 것처럼요. 겨울을 보내면서 느끼는 사람의 생애가 파노라마 같아요. 추워하면서 반성하면서 긴장하면서 그럼에도 눈처럼 부드럽고 시련을 견디고 살얼음판도 좀 걸어보고요. 한파에도 눈꽃을 피우는 나무의 의지와 얼음장 밑에서 키를 키우는 수초와 물고기들을 보기도 하면서요. 무엇보다 따뜻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우며 다른 사람의 난로가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일만 하지 말고 잠깐 멈추어 삶의 연장도 수리하면서 이불 속에 움츠려 꿈도 꾸면서요. 이렇게 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우리도 참사람으로서 각자의 이름이 가진 삶에 책임지는 한 해를 만들어 가는 건 어떨까 싶어요.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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