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경남일보경제포럼]9강 이태원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
[제3기 경남일보경제포럼]9강 이태원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
  • 백지영
  • 승인 2023.12.28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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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새 목적지, 착륙 후 마주하죠”
한평생 무대 위에 오른 뮤지컬계 대모가 걸어온 길은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지난 27일 오후 경남일보 세미나실에서 제3기 경남일보 경제포럼 9강 연사로 나선 이태원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는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뮤지컬 이야기’라는 주제로 그의 인생역정을 펼쳐 보였다.

이 교수는 뮤지컬 ‘명성왕후’로 대중에게 각인된 뮤지컬계의 대모다. 줄리아드 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뮤지컬 배우로서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약하는 등 내로라하는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늘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가족의 손을 잡고 떠난 미국 이민 길, 군인을 꿈꿨던 소녀는 대학 수시에서 육·해·공사 3대 사관학교에만 입학 원서를 접수하지만 고배를 마신다. 1년 후 만 18세가 돼 시민권을 딴 뒤에나 입학이 가능하다는 말에 주저앉으려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음악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주 합창 무대에 서온 그는 주변의 권유로 본격적인 성악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강습 3개월 만에 연습 삼아 응시한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해 정통 클래식을 공부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늘 뮤지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8번의 도전 끝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 왕비 역에 발탁돼 뮤지컬 배우로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지만 가슴 한편이 늘 헛헛했다. 남의 나라가 아닌 내 조국에서, 나와 똑같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브로드웨이 공연에 나서면서 현지 주인공을 발탁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무작정 사무실로 전화해 “저를 캐스팅하면 후회 안 하게 할 자신이 있다”고 내질렀다. 실력을 겸비한 그 당돌함이 그를 ‘명성황후’ 주인공으로 이끌었다.

막상 연습에 들어가자 다시 고난이 닥쳤다. ‘초야에 묻히다’ 같은 표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자성어를 배우겠다며 무협지를 통달했다. 책방을 뒤져 명성황후를 다룬 모든 책을 산 뒤 파고들었다.

“제가 17년간 ‘명성황후’ 무대에 섰는데 매년 다른 명성황후를 보여드리려 노력했어요. 책 저자들마다 관점이 달라 매번 다르게 묘사되거든요. 그들이 보여주려 했던 점에 초점을 맞춰 어떤 해에는 자녀를 잃은 엄마로서의, 어떤 해에는 질투심이 너무 많았던 여성으로서의, 어떤 해는 나라를 정말 사랑했던 국모로서의 명성황후를 연기했지요.”

인생의 1/3 가까이 ‘명성황후’로 산 그는 지난 2005년 뮤지컬 배우와 함께 교수로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새로운 옷을 한 겹 입었다. 이제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음 인생을 구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어느 책에선가 읽고 큰 위로를 받았던 표현을 원우들에게 소개했다. ‘우리 삶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려야 한다. 착륙하지 않으면 죽지만, 착륙하면 다른 비행기를 타고 또 다른 목적지로 갈 수 있다.’

그 자신 역시 언제나 주인공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처음 내려가야 할 때는 쉽지 않았노라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면 삶이 매여 있을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제자들과 있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이 교수는 “지금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비행기도 조만간 착륙할 날을 맞이한다”며 “천천히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제 다음 삶이 어떨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제3기 경남일보 경제포럼의 아홉 번째 강의가 지난 27일 오후 경남일보 3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는 이태원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가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뮤지컬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강의가 끝난 후 이 교수와 원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정웅교기자
제3기 경남일보 경제포럼 원우들이 집중해서 이태원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정웅교기자
이태원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가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뮤지컬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정웅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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