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과 어머니는 닮았다
둘은 비바람을 막아 준다
못난 얼굴을 숨길 수 있다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살아라
올려다보지 말고 멀리 보아라
천둥 번개도 순간이고 장마도 멎는단다
우산과 어머니는 속이 깜깜하게 젖어 있다
햇빛이 들면 홀로 구석에서 잊힌다
그래도 언제나 신발장 가까이에서 기다린다
꺾여도 털고 일어나 다시 펼치거라
우산을 펼쳐 젖은 사람을 들이는 순간
너는 일주문 기둥이 된다
언제 오셨나 젖은 어머니가
마른 우산을 또 낳는다
나는 어머니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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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몸을 스스로 말리며 신발장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는 우산이 어머니를 닮았다.
나를 가려주시고 비바람막이가 되어 뼈만 앙상한 것이 어머니를 닮았다.
있는 줄 모르다가 필요할 때 깨닫는, 언제나 주저 없이 펼쳐서 위해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도 닮았다.
비 그치면 금방 잊어버리는 저 우산처럼 깜깜하게 젖어서 늘 지켜보시는 어머니.
꺾여도 저 우산처럼 다시 펼치라는 말씀으로 세상 구석에서 지켜보시는 우산으로 계신다.
펼쳐서 젖은 것들은 보듬는 우산대에서 어머니를 만난다.
또 비 개면 또 잊어버릴 어머니를 만난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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