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2]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2]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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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3)
이 무렵부터 눈이 내린다고 해서 ‘소설(小雪)’이라고 하는 철마디(절기)가 지났습니다. 첫눈은 그보다 앞서 내렸기에 때를 잘 맞춰 눈이 내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모임에서 만든 달자취(달력)에는 눈이 조금 내린다는 뜻으로 ‘좀눈’이라고 하는데 눈이 내리는 무렵을 뜻하니 ‘눈날’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말 가운데 ‘못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못자리를 고르는 데 쓰는 발 모양의 농기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모를 기르는 ‘못자리’라는 것도 잘 아실 것이고 ‘못발’도 보신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이런 연장들은 쓸모가 없어져 쓰이지 않지만 ‘못자리’의 ‘못’에 ‘발’을 더해 낱말을 만드는 수는 요즘에도 부려 쓸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른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발’을 가리키는 말인데 옛날부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어느 쪽을 더 좋아하셨고 또 바르게 여기셨는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새끼발’은 ‘다섯 발가락 가운데 다섯째 발가락’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새끼발가락’을 줄인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새의 발’을 가리키는 ‘새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흔히 쓰는 ‘새발의 피’라고 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아시겠지만 ‘새의 가느다란 발에서 나오는 피’라는 뜻으로 아주 하찮은 일이나 아주 적은 양을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생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발가락 끝에 종기가 나서 곪는 병’을 가리키는 말인데 ‘생인발’이라고도 합니다. 이 말을 알면 ‘생손’ ‘생인손’이 무슨 뜻인지는 바로 어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서릿발’이라는 말은 이 꼭지에서 ‘서리’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할 때 알려 드려서 아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땅속의 물이 얼어 기둥 모양으로 솟아오른 것. 또는 그것이 뻗은 기운’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겨울철에 많이 볼 수 있는 것인데 ‘서릿발’이라는 말을 모르면 쓸 수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발이 들어간 말 가운데 하나인 ‘설레발’은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을 뜻하는 말입니다. 본디 이 말은 ‘설레발이’라는 벌레에서 온 말인데 이 벌레는 몸집은 작은데 발이 거의 서른 개에 가깝게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다리를 움직이며 다니다보니 몹시 부산해 보이는데 이를 사람이 지나치게 나대고 서두르는 행동에 빗대어 나타내면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솥발’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 말은 ‘솥 밑에 달린 새 개의 발’을 가리키는 말인데 셋이 사이좋게 나란히 있는 모양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지요. 세 사람이 사이좋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셋이 솥발처럼 앉아 이야기를 한다”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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