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길 가다 아무나 붙들고 숲의 치유 효과에 관해 물어도 말 못 할 사람 없을 정도로 숲이 건강을 지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되었다. 산림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경제가 안 좋다고 하니 주말이나 쉬는 날은 인근 산을 거니는 것이 휴양패턴으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요즘 같은 천고마비의 계절, 청명한 날씨에 단풍까지 아름답게 들어 있는 숲은 거닐기 딱이다. 그뿐인가. 산과 숲은 가장 경제적인 효과가 큰 휴양지라고 할 수 있다.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여유로워지며, 기분도 좋아지고, 세상 근심 다 잊을 수 있는 곳이기에 돈 안 들이고 이만한 곳 찾기도 어렵다. 숲과 산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동네마다 조금만 가면 산과 숲, 공원이 있다. 복도 이런 복이 없다.
산은 청결하다. 산에 들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진다. 잡념으로 찌든 정신은 이내 깨끗해지고 몸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시끄러운 세상은 이내 잊히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누가 이래라저래라하지도 않고 도시공해라 여기는 소음도 없다. 온통 자연의 소리만 있다. 이런 산길을 거닐며 창조적 사고를 끌어낼 수도 있다.
맨발로 걷는 게 암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해안가를 맨발로 걷거나 황톳길을 걷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에 좋다면 무엇이건 하는 민족이니 당연한 일일 테고. 이런 황톳길은 지역민의 건강을 챙겨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소문만 나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지자체가 나서서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경사가 완만한 산길의 일정한 구간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그에 따른 간단한 세족장(꼭 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을 만든다면 이용객은 훨씬 늘 것이다. 선학산을 예로 들어보자. 경사가 완만한 오솔길이 동네 사람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한다. 석갑산도 마찬가지다. 평일에도 소소히 걷는 사람이 많다. 이런 길은 적당한 두께의 황토와 돌을 골라내면 아주 훌륭한 황톳길이 될 수 있다. 경사가 급한 곳은 그곳대로 황토를 깔지 않아도, 돌만 잘 치우고 고르면 훌륭한 맨발로 걷는 길이 된다. 지자체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챙기고 휴양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주민의 세금을 더 잘 쓰는 일이기에 말이다.
동네마다 가까운 산이나 숲이 있다. 공원도 있다. 이런 곳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잘 관리해준다면(폭우나 강우 대책을 마련하고), 아주 훌륭한 건강지킴이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황톳길의 숲을 거닐면 지자체 칭찬도 늘 거고, 주민들은 건강을 챙길 것이다. 숲은 도시의 다양한 소음을 차단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마스킹 효과가 있다. 게다가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 시원함과 산뜻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기 기분 좋다. 봄, 여름, 가을 세 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다. 겨울엔 겨울대로 둘레길의 역할도 하고. 숲에서 운동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그저 걸으면 된다. 심호흡을 깊게 하면서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진다. 몸을 움직이고 몸이 허락된다면 좀 더 빨리 움직였다가 쉬었다가 하는 일들을 반복하면 몸은 더욱더 건강해진다. 이런 길이 황톳길이라면, 맨발 걷기가 편한 길이라면, 숲은 건강길이 되고, 행복길이 될 거다. 그런 길을 지자체가 만들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