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토박이말 나들이[110]
이창수와 함께 토박이말 나들이[110]
  • 경남일보
  • 승인 2023.10.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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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1)
서리가 내린다고 해서 저희 모임에서는 ‘서릿날’이라고 하는 철마디(절기) ‘상강(霜降)’이 지났습니다. 제가 이 꼭지에서 서리가 내릴 무렵의 가을 가리키는 말인 ‘서릿가을’, 이 무렵 부는 차가운 바람을 뜻하는 ‘서릿바람’, 서릿바람 때문에 느끼는 추위인 ‘서리추위’라는 말까지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생각이 나실 거라 믿습니다. 시나브로 철이 바뀌고 사람들 옷차림이 달라지는 요즘 맨발로 걷는 분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 자주 보게 됩니다. 발이 차갑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궁금해 하는 분들도 계시고 아무래도 맨발로 흙을 디디는 것이 찜찜하다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 끝에 ‘발’과 아랑곳한 말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앞서 나온 ‘맨발’은 다들 잘 아시다시피 ‘맨’+‘발’의 짜임으로 ‘아무것도 신지 아니한 발’이라는 뜻입니다. ‘맨-’이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가진 앞가지(접두사)이기 때문에 그런 뜻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맨-’이 들어간 다른 말의 뜻을 어림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발이 들어간 말 가운데 ‘감탕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온통 진흙이 묻어 있는 발’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데 여기 쓰인 ‘감탕’이 ‘갯가나 냇가에 깔려 있는 몹시 질퍽펄퍽한 진흙’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말해 ‘진흙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이 들어간 말 가운데 ‘개발새발’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개의 발과 새의 발’이라는 뜻인데 글씨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과 개나 새가 마구 지나다닌 발자국 모양이 비슷해 만든 말이지 싶습니다. ‘괴발개발’도 같은 뜻인데 여기서 ‘괴’는 ‘고양이’를 가리킵니다. ‘걸음발’이라는 말도 있는데 ‘발을 놀려 걸음을 걷는 일 또는 그렇게 걷는 발’이라는 뜻도 있고 ‘걸음을 걷는 기세나 본새’를 가리키기도 하며 비슷한 말에 ‘걸음걸이’와 ‘걸음새’가 있습니다. 익은말로 “걸음발(을) 타다”는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걸음걸이를 익히다’는 뜻입니다.

‘까마귀발’이라는 말도 있는데 ‘때가 덕지덕지 낀 시꺼먼 발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고 ‘까치발’은 ‘발뒤꿈치를 든 발’을 뜻합니다. 그리고 ‘까치발’은 ‘선반이나 탁자 따위의 널빤지를 버티어 받치려고 수직면에 대는 직각 삼각형 모양의 나무나 쇠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깨금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한 발을 들고 한 발로 섬 또는 그런 몸씨(자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렇게 깨금발로 서로 치거나 밀어 넘어뜨리는 놀이를 ‘깨금발싸움’이라고 하는데 흔히 ‘닭싸움’이라고도 합니다. ‘볼이 넓고 바닥이 평평하게 생긴 발’을 가리키는 ‘납작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평발’과 비슷한 말이며 ‘마당발’이라고도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마당발’은 ‘사람들과 사귐이 많고 폭넓은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는 말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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