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원영아, 대학 가자
[기자의 시각]원영아, 대학 가자
  • 김성찬
  • 승인 2023.10.1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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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 창원총국
김성찬기자

 

내 휴대전화 뒷면에는 아이브(IVE) 맴버 장원영의 포카(포토카드)가 붙어있다. 아이브 ‘찐팬’인 초등학생 딸아이의 성화아닌 성화에 부화뇌동한 면도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 듣던 노래가 귀에 익어 흥얼거릴 수준에 닿으니 어느새 나도 팬아닌 팬이 돼 버린 이유도 있다. 삼촌팬, 아재팬이라고 하기에도 적잖이 남세스런 나이긴 하지만 팬이랍시고 휴대전화에 아이돌 사진이라도 붙어있으니 볼때마다 ‘므흣’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젊어진듯해 딱히 손해볼 건 없겠다 싶어 떼지 않고 있다.

이런 기사가 눈에 띈다. ‘아이브 장원영, 올해도 수능 안본다.’ 팬심에 눈 먼 무기력한 손가락이 클릭! 새앨범 발표에다 월드투어 준비로 바빠서 대학진학을 또 미룬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자연스레 예전 딸아이가 저녁을 먹다 나직이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아빠. 나도 대학 꼭 가야돼?” 느닷없이 날아온 잽에 밥알이 튀어나올뻔 했지만 부모의 미덕, ‘태연함’을 애써 끄집어 내 가드를 올렸다. “왜? 벌써부터 걱정돼?” 가드 사이로 훅이 꽂혔다. “걱정되는건 아니고. 그냥 공부가 싫어서” 대꾸할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한 내 눈알은 한동안 애꿎은 허공만 찌르고 다녀야 했다.

이 대화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무튼 요즘 아이들에게 대학진학은 학력고사 세대인 나와는 분명 확연한 차이가 있다. 궁금하기도 해서 경남도교육청에 관련 자료를 알아보니 역시나 수능을 치는 재학생 수가 해를 거듭해 줄고 있다. 2017년 3만1342명이던 것이 점점 줄어들기를 반복해 올해는 2만2582명까지 내려앉았다. 물론 저출산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일터지만 학생들에게 대학은 더이상 필수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를 부정하는 응답자가 긍정하는 경우를 처음으로 넘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56%의 응답자가 4년제 대학 졸업장의 가치를 부정했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건 이 비율이 같은 질문을 한 2013년 조사 때 40%, 2017년 47%에서 꾸준히 상승중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학이 점점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건 아닌가 싶어 어째 안쓰럽다.

딸아이가 대학을 가고말고는 전적으로 아이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다만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간섭은 그래도 대학에는 나름의 배움과 즐거움이 존재하니 그걸 향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수 있다는 조언 정도일 게다. 대학 가치 추락에 초등생 학부모의 마음이 벌써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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