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을 수 없다
[현장칼럼]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을 수 없다
  • 문병기
  • 승인 2023.10.04 1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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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이젠 곧이들리지 않는다.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이 무엇인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을 능가할 직업군은 아마 없을 듯하다.

평소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정치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별나게 관심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존경의 대상이 아닌 지탄의 대상이 되고, 믿음보단 불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탓이 아닌가 한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보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국가의 백년대계나 미래의 먹거리산업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입지와 당리당략, 정치적 계산에만 눈이 멀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상대를 물어뜯는데 집중한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하고, 자신이 볕은 말에 책임지지 않으며, 거짓이 들통 나도 부끄러워하거나 양심의 가책 따윈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우주항공청 설립 역시 한낱 ‘정쟁의 도구’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G20 국가 가운데 우주전담기구가 없는 유일한 국가라는 오명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다수의 나라가 우주 청을 설립해 우주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도 관심이 없다. 그들에겐 ‘굿 보단 잿밥’이 우선이고 기득권 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려면, 우선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4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내 소위원회에서 이를 다루고, 이후 과방위 전체 심의와 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 채 6개월 째 표류 중이다.

이로 인해 우주항공청 연말 개청이란 정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더 걱정스런 것은 작금의 국회를 보면 과연 설립이나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민생과 국익 따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싸움에만 몰두해 있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 시킬 수 없는 이유들이 난무하다보니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대통령의 공약이었기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대전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우주항공청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부터 대전 적지 론을 펴더니,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자 강하게 반대했다.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두려하자, 꼼수 입법도 등장하는 등 조직과 특례 여부를 놓고도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그간 여야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심의할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파행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최근 정부와 가장 대립각을 세우며 발목을 잡아온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그 자리를 꿰찬 것도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지역구가 대전 유성 갑이기 때문이다.

그가 위원장이 된 뒤 처음 열기로 한 안건조정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결론이 날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안했지만 역시나였다. 5일 또다시 안건조정위원회가 재개된다.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큰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결론은 났으면 한다.

그 산을 넘더라도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진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최악의 경우 해를 넘길 수도 있고,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공산도 커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5일, 늦었지만 첫 단초만은 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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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ㄹㅎㄴ 2023-10-05 10:51:38
그들에겐 ‘굿 보단 잿밥’이 우선이고 기득권 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경남 말하는 건지? 누가 봐도 우주항공청은 수도권/대전세종에 세우는 게 맞는데 자기들이 가져가야한다고 바득 바득 우기는게 참 우습다. 지금이라도 지역이기주의 버리고 대승적으로 포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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