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가 꽃은 안으로 피운다고
덜 뜨겁게 느꼈다면
내 생은
겉이 파란 멍든 시절을 보냈을 뿐이다
-김옥종 시인의 ‘무화과’
‘내’ 젊은 시절의 삶은 세계와의 끊임없는 마찰이었다. 마찰의 정도는 작은 방황이나 갈등이 아니라 멍이 들 정도의 부대낌이었다. 따라서 ‘겉이 파란 멍든 시절’은 ‘푸른’ 의미의 동색이 아니며, 동의어도 아니다. ‘겉이 파란’ 세월의 시간성과 ‘멍든 시절’이란 삶의 부침을 부각함으로써 고군분투하고 뜨겁게 살아낸 생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무화과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여 꽃을 피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열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무화과는 꽃이 뜨겁게 피고 진 후에 열린 푸른 과일이다. 내 생의 ‘멍든 시절’처럼 꽃 또한 내면의 뜨거움으로 넘쳤다는 결과이다. 그러니, 무화과나 내 생의 ‘푸름’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생명이라는 것에는 어떤 이면이 있기 마련,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겠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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