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나의 육아이야기 수상작품 선정
2023 나의 육아이야기 수상작품 선정
  • 김지원
  • 승인 2023.07.04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 나의 육아이야기 공모전 수상작이 선정됐다. 경상남도와 경남일보는 지난 4월 1일부터 6월 11일까지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육아이야기 공모전을 펼쳤다. 수기, 사진일기, UCC 부분으로 나눠 실시된 이번 공모전에는 200여 점의 작품이 접수됐고 심사위원 3명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각각 수상작품을 선정했다.

각 부문마다 초보 엄마 아빠와 아슬아슬한 육아일기, 매일매일 자라나는 모습을 담아낸 성장스토리, 경이로운 생명에 대한 찬사가 넘쳐나는 사연들이 모였다. 독박육아는 옛말, 온가족이 함께 키우고 함께 성장하는 육아이야기에 심사위원들도 감동의 심사평을 전해왔다.

이번 수상작품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경남일보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수상작품 명단은 경남일보 홈페이지 알립니다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최:경상남도·주관:경남일보·후원:BNK경남은행


[사진일기 대상]김은영
미안하다. 엄마도 바리깡은 처음이라…


누가 둘째는 거저 키운다고 했는가? 그렇게 순하디 순한 둘째가 돌을 기점으로 흑화하여 그 누구도 당할 자 없는 천하의 고집쟁이가 되었다. 첫째는 그래도 머리를 안자르겠다고 떼를 쓰지는 않았는데, 둘째는 미용실이 유난히 낮선 모양인지, 미용실 가까이에만 가도 자지러지게 우는 게 아닌가? 늘 이발은 시도도 못하고 뒤돌아서 나오기를 수 차례 반복하고 난 후, 엄마인 내가 직접 손에 바리깡을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미용기기 사용이 처음인 내가 설명서를 꼼꼼히 정독한 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야심차게 머리 중앙부터 바리깡을 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미용실에서만큼 자지러지게 울지 않고 얌전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대신 그 자리에서 내가 울고 싶었다. 삭발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6㎜ 칼날을 착각하는 바람에 3㎜로 시원하게 머리 중앙에 도로를 뚫어버렸다. 맙소사, 그 도로는 너무나도 선명하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진땀을 빼면서 그 속사정을 설명해야 했던 그 당시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웃기고도 또 너무 슬프다. 지금은 아이들 머리 손질에 나름의 숙련자가 되었지만, 첫 시작의 강렬한 경험을 교훈 삼아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바리깡을 잡고 있다. 아들아~미안해 엄마도 바리깡은 처음이라….ㅎㅎㅎ

 
 

[수기 대상]권다원
모정, 프리저브드 플라워


물기 없이 마른 꽃은 내 가슴에 피어 있다. 품고 있는 각색은 어느 것 하나 얼룩지지 않고 사실대로 보존된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수액을 뺀 뒤 인공 보존액을 주입해 반건조 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 작은 꽃다발은 허공에 매달린 채 재잘대는 아이 목소리와 함께 바람을 타고 있다.

십여 년 전 벚꽃이 움틀 즈음 유축기로 젖을 짜며 나의 모성을 생각했다. 늦은 나이의 결혼과 출산은 애착을 가질 명분이 충분했지만 낳아 놓고 보살피지 않는 동물처럼 일반적이지 않았다. 놓치지 않으려고 꽉 쥐고 있는 아이의 손가락이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잡혀 있는 동안 힘을 빼고 있는 나는 무기력했다. 언젠가 작은 손이 나를 놔버리면 열매가 떨어져 씨앗이 되듯 아이는 자립할 테고 그러고 나면 그 시절이 그리워 뉘우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뚝 떨어지는 눈물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시절에 나는 우울했다.

자연분만의 고통 없이 마취에서 깬 후 회복실로 옮겨졌을 때 남편과 친정어머니조차 없는 병실에 유배되었다. 꿰맨 뱃가죽은 엉덩이를 들썩이지도 못하게 하였고 거친 입술에 물휴지를 얹고서 아이를 만나기만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수가 떨어지기 시작한 아기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긴다고 이야기했다. 제왕절개로 낳아서일까. 창문 너머로 들리는 구급차 소리에도 덤덤하게 병원 밥을 한 공기 비워냈었다. 일주일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면서 짜낸 젖을 아이 아빠 편으로 보내며 귀양살이를 절감했다.

처음 마주하기 위해 비닐 옷을 덧입고 장갑을 끼었다. 그러고 나서야 아이를 만져볼 수 있었다. 황달 증상이 있어 새파란 불 밑에 눈을 가린 채 빛을 쪼이고 있는 모습은 이질적이었고 가련해 보였다. 그런 모습에서도 우러나오지 않는 모성을 차마 남편에게조차 내색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며 돌아섰다.

나의 퇴원과 비슷하게 호전된 딸아이는 보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낳은 고통 뒤에 생겨야 할 모정이 그 순간부터라도 샘솟기를 희망하면서 육아에 전념했다. 거울을 보듯 내 미소를 따라 짓는 연분홍 뺨을 뱌비며 어릴 때 부족했던 사랑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친숙하지 않은 모정이 다른 원인에서 생겨났을 수도 있다는 상담가의 조언으로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작약을 보며 친정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나의 유아기를 외조모께 맡겼지만, 성장과 발전을 위해 늘 지지해 주었다. 때로는 당신께서도 삶에서 어려움과 아픔을 겪을 때가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겹겹이 마른 작약처럼 보였다. 마른 꽃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어머니는 내면의 힘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어떠한 강풍과 폭우에도 굽히지 않았고 뚝심으로 버티어 나갔다. 그 끈질긴 인생에서 억척스러운 세상살이를 배웠지만, 얼굴을 묻고 맡을 수 없는 향기에서는 갈증이 느껴졌다.

늘 어머니께 너그럽지 못한 마음이 죄송스러워 글을 붙잡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콧잔등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릴 때 사랑에 목말랐음을, 완벽하지 않으면 어머니 품에서 다시 누군가에게로 보내질까 두려웠던 사실을 이제야 털어놓는다. 그러고 나면 답이 돌아온다. 더는 작약을 시들게 하지 말라고. 그녀도 사랑이 부족했노라고….

살아있는 꽃처럼 친절함과 따뜻함과 오글거리는 말투를 전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른 육아라고 생각했다. 낳자마자 울컥 솟구치고 그렇지 않으면 불온한 것이 모정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산모를 만나서 위안을 얻었고 그들도 사랑이 필요했다는 진실을 맞대하고 나니 한층 딸아이가 수월해졌다.

늦은 저녁 시간, 불 꺼진 아이의 방을 보며 커다란 꿈나무를 상상해본다. 매달리고 힘을 주어 붙들던 손가락이 내 손을 놓을 때 아이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 테지. 그제야 모자란 사랑에 대해 미안함을 덜고 일어서는 아이를 응원해 줄 수 있을 테다.

새로 입주한 친정어머니의 아파트 정원에는 이파리가 돋지 않은 벚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다른 나무들은 땅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웠지만 올려다볼 만치 키가 큰 그 나무는 외롭게 첫해 겨울을 맞이했다. 그러나 다음 해는 꽃을 맺어 활짝 피었다며 어머니께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딸아이와 보폭을 맞추어 봄볕 내리는 오솔길을 거닌다. 프리저브드 플라워 같은 나의 모정에도 햇풀 같은 향기가 배어들길 기대한다.

[UCC 대상] 박지수

나는 초등교사다, 아니 초등 엄마다

 

[심사평]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더 찬란한 아빠육아 이야기


독박을 풀고 맞 돌봄 맞 살림을 이루어낸 K-육아 성공기는 겪은 이도, 보는 이도 함께 뭉클하고 뿌듯하다. 각양각색 육아이야기 한보따리씩 풀어놓은 경남일보의 아이사랑 공모전, 올해는 보편화된 육아휴직제도 등으로 아빠의 전담육아 이야기가 눈에 띄게 많다.

부부공동육아는 독박육아를 하는 자도, 그 하소연을 듣는 자도 불만이었던 세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환희를 안겨준다. 아내가 더 감당했던 육아와 돌봄의 세계가 남녀 지분으로 나누어질 때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을 표현하게 된다. 아빠 육아스토리 작품 수가 늘어난 만큼 부부 간 이해가 깊어졌으리라 믿으며 육아이야기 향연으로 들어갔다.

남편들은 해본다. 나 아닌 생명을 위한 돌봄과 살림의 하루를 강제 기상으로 연다. 밑도 끝도 없이 아이와 종종거리는 긴 하루는 ‘어른끼리 대화’하며 하소연 할 수 있는 아내의 퇴근시간을 간절히 기다리게 한다. 아이를 돌보는 것에 요령이 생길 즈음 살림에 눈을 뜬 아빠는 정리수납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는 등 눈부신 도약을 하며 거듭나는 경우도 보인다.

보조자 포지션일 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적당히 거들고 아이와 아내의 감정과 상황에 영혼 없는 반응을 하던 그들은 주 양육자가 되어서야 구구절절 고백을 쏟아낸다.

저절로 우러나오지 않고 그다지 친숙하지도 않는 ‘모성과 부성’ 이라는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던 초보 부모들의 당황과 자책을 담은 서사가 한 가득이다.

연애, 결혼, 출산, 육아가 더 이상 필수코스가 아닌 시절에 그 과정을 시작하고 겪으며 오늘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부모들을 힘껏 응원한다.

[심사평]김민재 (미디어센터내일 대표)
엄마·아빠 행복한 표정에 덩달아 행복해져


공모전에 출품된 모든 영상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꾸밈없는 행복이 녹아 있습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아이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녹고, 엄마·아빠의 행복한 표정에 덩달아 행복했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엄마·아빠의 모습에서는 짐짓 턱을 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평가를 하기 위해 심사표를 펼쳤을 때는 그만큼 고역이기도 했습니다.

심사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솜씨와 참신한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우리 보편의 감성을 조금 다른 관점과 표현으로 도드라지게 한 영상에 더 집중했습니다. 효과나 기교의 우위보다는 만든 이의 마음이 보는 이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엄마그릇’은 한 아이의 엄마에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육아 속에서 낮아지는 자존감과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고민을 그릇에 빗대어 풀어낸 영상입니다. 전개에 맞는 음악 선택과 시각적으로 뚜렷한 이미지와 효과를 사용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그릇’이라는 직접적인 비유에서 오는 부모의 마음, 고민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의 일상을 초보 엄마가 된 일상과 대비해서 풀어낸 ‘나는 초등 교사, 아니 초등 엄마다’는 대비에서 오는 이야기의 재미와 육아의 고충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든 영상입니다. 많은 육아 관련 영상이 가족 안으로만 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족 밖에서 시작해서 가족 안으로 들어가며, 이 과정을 통해 가족 밖 세계에 대한 이해를 키워가는 성찰적 접근이 돋보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기억하는 만큼 마음의 키가 자라는지도 모릅니다. 영상은 기억을 나누는 좋은 방법입니다. 공감할 수 있는 각자의 기억이 모여, 훌쩍 마음의 키가 자라나는 그런 공동체를 꿈꿔봅니다.

UCC 공모전에 출품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한번 더 웃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기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경남일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심사평]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온가족이 함께 나누는 육아의 기쁨과 어려움 공감


이번 공모전 심사를 하며 저의 임신과 출산, 현재 육아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야기에 공감되며 그때의 추억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지금 저의 육아의 어려움이 함께 오버랩됩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도 꽤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육아를 통해 기쁨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반가웠습니다.

육아, 누구나 하는 일이라지만 각자에게 참 버겁습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아주 큰 몸의 변화이고 그 과정의 어려움은 각자 또 다릅니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맞이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함께 응원하고 지지받는 모습들이 아름답습니다. 아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부모를 생각하고, 성찰하고 성숙해가며 부모의 역할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존중합니다. 우리의 육아가 희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이 함께 이어가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다시 다짐하는 모든 부모에게 응원과 동지애를 보냅니다. 함께 성숙하며 우리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